하단 학사주점거리 추억속으로…마지막 남은 '나그네'마저 폐업
1970, 80년대 청춘 낭만서린 곳…하굿둑 건설 후 주점 쇠퇴 일로
1970, 80년대 청춘의 낭만이 서린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학사주점 거리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마지막까지 명맥을 이어온 주점 '나그네'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주점 '나그네'의 박효아(여·68) 사장은 "오는 28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며 "손님이 줄고 나도 나이 들어 홀로 운영하기에 벅차 가게를 내놨고 최근에 팔렸다"고 24일 말했다.
나그네가 문을 닫은 것은 1985년 가게를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현재 하단동 가락타운 1단지 맞은 편인 '나그네' 주점 주변은 1970, 80년대 대학생과 서민들이 즐겨 찾는
학사주점 거리였다.
인근 동아대학교 학생 외에도 부산지역 대학생이 모여들었고 총 8곳이 나란히 영업했다.
지금은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당시엔 문을 열면 낙동강 변과 갈대밭이 그대로 펼쳐졌다고 한다.
흙바닥에는 돌게도 지나다녔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이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당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다룰 줄 알았던 통기타 연주 소리가 낭만을 더했다고
즐겨 찾던 이들은 기억한다.
대중음악 저술가인 김형찬(56) 씨는 "손님 중 누구든 가게에 있던 통기타를 들어 연주를 시작하면 주인이 무대를 만들어 주었고, 테이블의 경계는 금세 무너져 다 같이 분위기를 즐겼다"고 말했다.
'골수 단골'이라고 밝힌 김 씨는 "을숙도 어귀에 있던 주점 거리는 그 시대 낭만의 상징이었다"며 "청춘의 낭만을 지켜주던 마지막 남은 주점이 결국은 사라진다니 무척 아쉽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에덴공원 근처를 포함한 주점거리는 하굿둑 건설 이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2008년 '강나루'가 화재로 소실되자 '나그네'는 홀로 남았다.
빠르게 변한 주변 풍경에 어색해진 허름한 건물은 곧 허물어진다.
박 사장은 "추억이 깃든 가게를 정리하게 돼 아쉽다.
가게는 접지만 30년 넘게 지켜온 추억은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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