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못한 BIFF, 올해 개최 불투명
市-집행위 갈등 장기화 탓, 필수예산 스폰서 계약 저조
작품 출품·초청 건수 급감, 심사위원도 아직까지 미정…"칸영화제 전까지 합의해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정상적인 진행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 등을 둘러싼 정관 개정을 두고 부산시와 BIFF 집행위원회 간의 갈등이
장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행사 개최를 위한 물리적 시간 확보에 실패했다.
오는 10월 6일 개막 예정인 제21회 BIFF는 축소 진행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제 영화제의 성공 여부를 떠나 행사 개최 여부를 고민하는 막다른 길목에 섰다.
28일 BIFF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행사 진행을 위해 필수적인 스폰서 계약이 거의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영화제 예산 123억 원 중 스폰서 계약 금액은 35억여 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BIFF를 외면한 것은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탓이다.
BIFF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제 사태가 심각해 기업들이 후원을 주저하고 있다"며
"기업은 연초 예산 집행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중간에 예산 지출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영화제의 핵심인 작품 공모와 초청 건수도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BIFF 사태가 국내외에 '검열 논란'으로 번지면서 감독과 제작사가 작품 출품을 망설이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의 초청 작업도 원활하지 않다.
칸영화제에 매년 참석해온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BIFF 사태 해결을 위한 시와의 협의 때문에
다음 달 11일 열리는 칸영화제에 갈 수 없다.
예년 같으면 벌써 확정돼야 할 심사위원 명단도 정하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행사 때 심사위원으로 결정된 인사에게도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시와 BIFF 집행위원회의 정관 개정 협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행사 준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다음 달 칸영화제 전까지도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사실상 올해 행사 개최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칸영화제에서 작품 초청과 마켓 부스 판매 등 주요 사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BIFF 사태가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자 지역 여론은 우려의 시선을 넘어 영화제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박재율 지방분권시민연대 상근대표는 "영화제 개최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이 훗날 결과적으로 발전적인 진통이 되기 위해서는 올해 영화제가 차질없이 개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BIFF의 주인은 부산시도 영화인도 아닌 시민인 만큼 양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정민 기자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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