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개발 눈먼 철도공단, 간이 화장실 설치도 막아
관광객 갈수록 늘고 있지만 벤치 등 편의시설 없어 불편
- 봉사단체 주축돼 조성 추진
- 공단측 "곧 개발" 이유 반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이 동해남부선 해운대 옛 철길에 간이 화장실을 짓겠다는
봉사단체의 사업 계획을 반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도공단이 상업개발에만 눈이 멀어 시민과 관광객에 필요한 편의시설 확충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인 '해운대기찻길친구들'은 평일 하루 평균 1000여 명,
휴일에는 4000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해운대 옛 철길 활용이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데다 날씨까지 풀려 최근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공화장실이 한 곳도 없고 벤치나 가림막, 음수대 등의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다.
앞서 해운대구자원봉사센터(이하 자봉센터)는 2014년 4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와
옛 철길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철도공단에 제출했다.
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2년 넘게 이어졌다.
자봉센터는 미포~송정 옛 철길 4.8㎞ 구간에 화장실이 없어 민원이 빗발치자 이 사업을 추진했다.
2013년 12월 이 구간이 폐선되면서 도보 탐방객이 밀려들었다.
화장실이 없어 급한 용무를 아무 데나 보는 이가 늘면서 위생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자봉센터는 피암터널과 청사포마을 앞 등 2곳에 친환경 이동식 간이 화장실을 조성하기로 했다.
설치 비용 1100만 원은 고리원전에서 사회공헌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자봉센터는 사업계획서 등 서류를 팩스로 제출했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1주일 뒤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자봉센터 관계자는 "이들은 '곧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언제든지 철거할 수 있는 이동식 시설'이라고 강조했으나 결국 승인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고리원전 관계자도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 지원을 약속했는데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시설본부(대전)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발령 후 동해남부선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철도공단 영남본부(부산) 관계자도 "관련 사업의 허가권은 대전본부에 있어 지역에서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더 늦기 전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운대기찻길친구들 최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노상 방뇨를 하거나 근처 식당·카페에 부탁해 급한 일을 보는 사람이 많아 업주의 불만도 큰 만큼 편의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상업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화장실도 없이 방치되고 있으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접근한다"며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든 시급하게 편의시설을 확충해 당장 관광객의 불편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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