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창고에 갇혀버린 '영도다리'의 추억

금산금산 2016. 5. 31. 22:22

창고에 갇혀버린 영도다리의 추억




2010년 옛 대교 철거 이후 전시관사업 계속 미뤄지자 부자재 오륜배수지에 방치






- 관광자원 수년째 녹슬어가

부산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영도대교 자료가 수년째 창고에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가 영도대교 철거 후 이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녹슬고 있다.



   
26일 부산 영도대교를 해체하고 남은 부재가 금정구 오륜대 배수장 창고에 보관돼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26일 부산 금정구 오륜배수지 주차장에서 잠긴 철망을 열고

약 50m를 걸어 들어가면 해체된 옛 영도대교 부재들이

배수지 건물 뒤편 공터에 쌓여 있다.

2층 높이의 부재들은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방수포가 찢어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리를 들어 올리던 중요 부품은 창고에 따로 보관되고 있었다.

창고는 비를 간신히 피하는 수준으로

각 부품은 명칭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부산시는 2010년 옛 영도대교를 철거하면서

전시관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영도대교 부재들은

창고에 보관 중이다.

영도대교 전시관 사업은 교량박물관 건립으로 방침이 바뀌었지만

시는 아직 실시설계 용역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교량박물관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시 도로계획과는 2014년부터 꾸준히 용역비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애초에 영도대교 전시관 건립은 롯데그룹의 몫이었다.

2009년 완공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영도대교를 교체했다.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늘어나는 교통량을 옛 영도대교가 감당할 수 없었고 철거 후 현재 영도대교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영도대교가 시 문화재로 지정됐고 시공사인 롯데 측이 영도대교 전시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문화재 현상 변경이 승인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약 90억 원에 달했던 전시관 건립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시를 상대로 승소했다.

졸지에 전시관 건립비를 부담하게 된 시는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은 채

교량박물관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뒤 사업 진행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영도대교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몰려들어 헤어진 가족과 만나던 장소이며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도개교인 점을 들어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작 가장 핵심자원인 옛 영도대교 자료는 본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년째 햇빛도 못 보고 있다.



영도대교 주변은 이미 점바치 골목 복원, 영도 관광센터 건립 등 관광상품화가 이어지는 데 반해

영도대교 자료 전시는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한국해양대 구모룡(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영도대교 자료만 가지고 전시관, 박물관을 짓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옛 영도대교 도개장치만이라도 영도대교 부근에 조형물로 설치한다면 역사성을 드러내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