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갇혀버린 영도다리의 추억
2010년 옛 대교 철거 이후 전시관사업 계속 미뤄지자 부자재 오륜배수지에 방치
- 관광자원 수년째 녹슬어가
부산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영도대교 자료가 수년째 창고에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가 영도대교 철거 후 이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녹슬고 있다.
26일 부산 영도대교를 해체하고 남은 부재가 금정구 오륜대 배수장 창고에 보관돼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26일 부산 금정구 오륜배수지 주차장에서 잠긴 철망을 열고
약 50m를 걸어 들어가면 해체된 옛 영도대교 부재들이
배수지 건물 뒤편 공터에 쌓여 있다.
2층 높이의 부재들은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방수포가 찢어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리를 들어 올리던 중요 부품은 창고에 따로 보관되고 있었다.
창고는 비를 간신히 피하는 수준으로
각 부품은 명칭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부산시는 2010년 옛 영도대교를 철거하면서
전시관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영도대교 부재들은
창고에 보관 중이다.
영도대교 전시관 사업은 교량박물관 건립으로 방침이 바뀌었지만
시는 아직 실시설계 용역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교량박물관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시 도로계획과는 2014년부터 꾸준히 용역비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애초에 영도대교 전시관 건립은 롯데그룹의 몫이었다.
2009년 완공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영도대교를 교체했다.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늘어나는 교통량을 옛 영도대교가 감당할 수 없었고 철거 후 현재 영도대교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영도대교가 시 문화재로 지정됐고 시공사인 롯데 측이 영도대교 전시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문화재 현상 변경이 승인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약 90억 원에 달했던 전시관 건립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시를 상대로 승소했다.
졸지에 전시관 건립비를 부담하게 된 시는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은 채
교량박물관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뒤 사업 진행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영도대교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몰려들어 헤어진 가족과 만나던 장소이며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도개교인 점을 들어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작 가장 핵심자원인 옛 영도대교 자료는 본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년째 햇빛도 못 보고 있다.
영도대교 주변은 이미 점바치 골목 복원, 영도 관광센터 건립 등 관광상품화가 이어지는 데 반해
영도대교 자료 전시는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한국해양대 구모룡(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영도대교 자료만 가지고 전시관, 박물관을 짓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옛 영도대교 도개장치만이라도 영도대교 부근에 조형물로 설치한다면 역사성을 드러내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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