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엔딩노트' '웰다잉' '하늘나라 소풍' '천국교실' 등은 죽음 준비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 내용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만 남은 시간이 보이고 그 마지막에 있는 '죽음'이 만져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자서전 만들기' 과정이다.
자서전 쓰기 통해
깨닫는 '여생'의 가치
자서전은 일종의 '자기에게 쓰는 편지'다.
그 속에서 과거를 회상케 하는 사진을 찾아보게 된다.
인생을 단순하게 보면 생로병사의 4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살아온 지난 세월에 단락(미취학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시기, 성인기 취업과 결혼 전후, 그리고 중년기, 노년기)을 지어보게 한다.
이럴 때 사진은 기억의 단서를 찾아내고, 과거를 연속적으로 이어주는 좋은 소재가 된다.
자서전 쓰기 수업에서 시절마다 어디서 누구와 살았으며, 그때의 추억 한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교실 분위기는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때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그 다음엔 자신의 삶을 시절별로 적어보라고 권한다.
그 이유는 자기 진술을 확실히 해 두자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키는 태도를 가지게 한다는
취지가 강하다.
요즘은 글을 모르는 노인이 거의 없으므로 '노인 교육'에서 가능한 수업이다.
인생 단계별 글쓰기가 완료되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쓰는 편지(남은 인생이 한 달밖에 없다는 가정 하에
적는 글이다)'를 적는다.
'자기에게 쓰는 편지'라는 숙제 앞에서 힘들어하는 노인도 있다.
인생이 어느 정도의 인과성을 가지고 전개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면, 미래의 삶도 현재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석이 어려워 '운명'으로 귀속되는 부분도 있다.
노인이 작성한 '자기에게 쓰는 편지'는 대체로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면서 남은 삶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이 글 안에는 대체로 감사, 반성, 용서, 화해, 헌신의 가치가 들어있다.
그래서 수업 참가자는 더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넉넉한 시간에 공책을 하나 들고 어린 시절의 나부터 생각해 보길 권한다.
집, 부모님, 형제자매, 친인척, 동네, 학교 등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감동이 느껴진다. 나의 삶이 재해석되고 재수용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남은 삶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잘 살다 가고 싶다는 희망이 떠오른다.
새해 벽두에 새 공책을 하나 챙겨, 일 년 동안, 조용히 나의 인생을 적어보자.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한국다잉매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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