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후 낙동강 물고기 사라진 '절망의 호수' 전락
힘차게 흐르던 물 인공보에 갇혀
- 녹조 뒤덮히고 강바닥은 썩어
- 어민 "잉어·붕어 씨 말랐다" 분통
- 창녕함안보·달성보 COD 5등급
- 농업용수 기준 4등급 못 미쳐
- 심층수 용존산소 고갈도 확인
"물고기도 살 수 없는 강에서 어민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이후 낙동강은 어민들에게 '절망의 강'이 됐다. 경남 창녕함안보 일대 수질은 농업용수 기준에도 못 미쳤다. 사진은 창원시 칠서정수장 주변의 녹조류 차단 모습. |
8일 오후 경남 창녕군 유어면 기항리 낙동강 변에서 만난
창녕어민회 성기만(58) 회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들어 매일 강에 나가지만, 건져 올린 물고기는 늘 통발 1개를 채우지 못했다.
이는 창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낙동강에서 내수면 어민이 있는
합천 의령 함안군 지역 어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어민은 예전부터 김해 양산을 거쳐 부산을 오가며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보가 설치된 뒤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합천창녕보에서
길곡면 창녕함안보까지 43㎞ 구간으로 어로구역이 한정됐다.
힘차게 흐르던 물줄기는 보에 갇힌 탓에 낙동강은 해마다
녹조에 뒤덮이고, 강바닥은 새카맣게 썩어들어갔다.
어민의 생계를 책임졌던 잉어와 붕어, 웅어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령군 부림면 대곡리 어민 김태식(52) 씨는 "남들은 90% 이상 고기가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외래종을 잡아먹는 강준치를 제외하면 아예 물고기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강에 던져놓은 통발에는 물고기는 고사하고 역한 냄새를 내는
퇴적물만 올라온다.
그나마 한 마리라도 잡아볼 양으로 설치한 통발 등 어구는 녹조 밀도를 줄이기 위해
예고도 없이 보의 문을 여는 바람에 물살에 휩쓸려 사라지기 일쑤다.
낙동강은 어민들에게 '절망의 강'이 됐다.
이 같은 어민들의 주장은 '4대강 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11개 학회·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 조사위는 지난 6월 10, 11일 낙동강 5개 지점의
수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농도가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지점은 3등급, 달성보는 5등급으로
나타났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도 합천창녕보는 4등급, 창녕함안보와 달성보는 5등급이었다.
이는 환경정책기본법의 농업용수 기준(4등급)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물고기 서식 환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심층수 용존산소(DO)는 고갈된 상태였다.
합천창녕보 표층(수면) 용존산소는 8.8㎎/ℓ였으나 심층인 8~11m 구간에서는 0㎎/ℓ로 용존산소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창녕함안보도 하천 바닥인 10m 구간에서는 0.02㎎/ℓ에 불과했다.
낙동강 전체 모래층이 펄로 바뀌면서 지하수 유입 감소, 용존산소 부족 등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
일명 '녹조라떼'로 불리는 낙동강의 녹조도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졌다.
창녕함안보의 경우 조류경보 발령 일수가 2013년 98일, 2014년 143일,
지난해 171일로 조류경보 발령 일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조사위 측은 대안으로 4대강 수문을 상시 개방해 일정한 유속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수질은 측정 시기와 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같은 보에서 측정해도 위치가 다르면 수질 결과가 다를 수 있고 소나기 등 날씨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 비교로 일반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노수윤 이민용 기자 sy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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