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의 전통예술, 새 출발 선언!~
얼쑤! 새 얼굴의 동래학춤…절쑤! 새롭게 차려질 춤판
- 동래민속예술축제 한마당 잔치
- 15년만에 탄생한 학춤 보유자
- 이성훈·김태형씨 무대에 이어
- 야류·지신밟기·고무 등 펼쳐져
- 곧 완공되는 부산민속예술관
- 전승·보급·공연까지 한자리에
- 새로운 변화 맞은 동래전통예술
- 내년 축제 어떤 모습일지 기대
지난 1일 오후 1시 부산 동래구 호텔 농심 마당에서 제51회 동래민속예술축제가 화창한 하늘 아래서 시작했다.
사뿐히 반세기를 넘긴 연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실 이 행사는 무척 값지고 중요한 자리다.
부산 전통문화 1번지, 동래에 바탕을 둔 전통예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학춤(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지신밟기(부산시무형문화재 제4호) 동래고무(부산시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한량춤(부산시무형문화재 제14호)이다.
제51회를 맞은 이날은 동래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전북 고창군의 고창농악보존회를 초청해 판굿을 펼쳤고,
민요 공연과 퓨전국악팀 아리안 공연까지 있었다.
꼬박 5시간 동안 잔치는 이어졌다.
동래야류 등장인물 중 최강 인기 캐릭터인 말뚝이. |
■ 지신밟기의 맛, 학춤의 멋
식전행사와 개회선언이 끝난 뒤 본행사 첫 순서는 '당연히' 동래지신밟기의 몫이었다.
정초부터 정월보름 사이에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놀며 액을 쫓고 복을 부르던 마을 공동체의 놀이였으므로
지신밟기로 좋은 기운을 먼저 받지 않고 이 큰 행사를 시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동래지신밟기 예능보유자 중 한 명인 국악인 김준호('국악인 김준호 손심심 부부' 할 때 그 김준호 맞다) 씨가
당산풀이, 동네우물풀이, 성주풀이 등 각 순서의 '풀이'를 신명 나게 읊고 부르는 가운데 구수하고
노련한 몸짓들이 액을 먼 곳으로 보냈다.
뒤이어 동래학춤이 무대로 들어왔다.
무심코 혼잣말이 나왔다.
"드디어 동래학춤이군!"
상징성 또는 미(美)의 측면에서 동래학춤은 부산 전통예술의 앞자리를 차지한다.
특히 동래학춤은 지난 15년 동안 춤(주무수) 부문의 정식 예능보유자가 없다가 8년간 예능보유 후보자로 있던
이성훈 씨가 김태형(상쇠) 씨와 함께 올해 2월 보유자로 지정됐다.
올해부터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 "근데 이 낯선 느낌은 뭐지"
지난 1일 열린 제51회 동래민속예술축제에서 춤꾼들이 동래학춤을 추고 있다.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제공 |
오랜만에 본 동래학춤은 역시 정이 많이 갔다.
능청능청하고 덩실덩실하는 가운데 유장한 맛과 품격이 묘하게 얹힌다. 원래는 홀춤이고 적은 수의 춤꾼만 나와 추기도 하던 것이 하는데
요즘에는 군무로 추는 것이 흔해지면서
어느새 군무에도 익숙해져 버렸다.
이날은 이성훈 보유자를 비롯해 17명이 무대에 섰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가락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소리꾼의 구음(口音)이
보는 이의 감성 상태를 슬슬 적셔가는 가운데 흥과 기품, 둘 다를
놓치지 않는 춤사위가 얹히는 것은 역시 동래학춤의 묘미다.
'경상도춤의 바탕은 덧배기춤'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래학춤 또한 덧배기가 바탕이다.
그윽하든 신명 나든 춤의 동선을 이어가다가 한쪽 발을 뻗어 큼직한 동작으로 출렁이듯 구르면
춤 전체에 풍성한 리듬감과 묘한 긴장감이 도는데 이것이 배김사위이고, 덧배기의 바탕으로 본다.
이날 본 동래학춤은 어떤 춤꾼은 여유를 부리고, 어떤 이는 조금 날카롭고, 어떤 이는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이걸 '개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춤꾼들이 어딘지 따로 노는 느낌이기도 했다.
■ "앗! 무대 환경이 별로였구나"
그래서 객석에 앉아 "이 느낌은 뭐지?"하며 머리를 갸웃거리다가
퍼뜩 든 생각이 "무대 조건이 좋지 않구나"였다.
호텔 농심 마당은 접근성이 좋아 시민이 찾아오기 쉽고 쾌적했다.
그러나 무대는 좁고, 객석을 경사가 없는 '평지'에 차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17명이 추는 학춤 군무가 마음껏 활개를 치기 어려워 답답해 보였다.
구음이 허공에 흩어지거나 묻히는 느낌이었던 것도, 배김사위가 인상 깊지 않게 느껴진 것도
무대 환경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이는 동래야류나 동래한량무, 동래고무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했다.
일단, 객석에 경사가 없다 보니 연행 모습을 입체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부산 전통예술계에서 소문난 '귀(耳)명창'이며 깐깐한 전통춤 애호가·비평가인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은 이날 주최 측이 마련해둔 천막 안 그늘자리를버리고
무대 중앙 쪽 땡볕 아래 객석에 앉아 기자와 함께 5시간 동안을 공연을 지켜봤다.
그 이유는 "이 자리가 더 잘 보여서"였다.
■ 번듯한 공연장 갖춘 새 건물
이달 말 완공을 앞둔 금강공원 내 부산민속예술관의 외관. |
동래민속예술축제는 동래구 금강공원 안에 있는
부산민속예술관에서 했다.
그런데 올해는 왜 호텔 농심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까?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는 이 축제를 주최하는 단체이며 동래야류·학춤·
지신밟기·고무·한량춤을 전승·보급하는 유서 깊은 모임이다.
이 협회 백정강 이사장은
"이달 말이면 동래의 전통예술은 새롭게 출발한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1974년 완공한 기존의 2층 짜리 건물을 2014년 말에
헐고 3층 규모로 신축한 부산민속예술관이 이달 말 완공된다"고
밝혔다.
새 건물을 완공하지 못해 올해는 호텔 마당을 빌려야 했다.
새로 지은 민속예술관에는 188석 규모의 번듯한 실내공연장과 큰 연습실, 작은 연습실, 장비보관실을 갖췄다.
전통예술의 전승·보급·공연에 엄청나게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부산민속예술관 실내 공연장 모습. |
야외마당도 보수한다.
이 사업에는 시비와 국비가 반반씩 모두 45억 원 예산이 들어갔다.
백 이사장은 "새 건물에는 동래야류·학춤·지신밟기·고무·한량춤보존회 5개 단체뿐 아니라 국가무형문화재 강백천류대금산조보존회와
부산시 무형문화재 강태홍류가야금산조·박대성류아쟁산조·동래연보존회 등 4개 단체도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을 대표하는 동래의 전통예술단체가 한자리에 모인다.
수백년 전통의 동래 전통예술이 새롭게 출발한다.
내년의 동래민속예술축제는 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봉권 기자 bg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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