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문화현장]창녕 우포늪으로 간 가수 우창수 김은희 부부, 그리고 '개똥이들'
어머니같이 넓은 우포의 품에서 노래하고, 만들고, 가르치는 부부의 삶
- 부산 기반 민중가수 우창수
- 2년 전 고향 창녕으로 귀촌
- 텃밭 농사꾼으로 살아가며
- 지역 어린이와 함께 노래하는
- 텃밭 음악회 기획해 문화 활동
- 억압받는 이 위해 노래부르다
- 할매 위한 트로트도 부르며
- 도시의 삶 내려 놓은 지금이
- 더 넉넉해 보이는건 왜일까
'노래로 자라는 텃밭 음악회'를 우포늪 근처 텃밭에서 7월 1일에 연다는 소식을
가수 우창수 씨가 페이스북에 공지한 건 지난 6월 17일이었다.
이 공지를 보는 순간 마음먹었다.
"여긴 꼭 가봐야겠군!"
우창수가 누군가?
부산 문화판을 주름잡던 가수다.
물론, 우창수라는 이름이 낯선 시민이 더 많을 것이다.
올해로 노래 활동 27년 차를 맞은 우창수는 부산에서 민중가수로 출발했다.
어려운 이들 곁에서 노래했다.
세월과 함께 활동 폭을 넓혀갔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공연을 했고, 아이들이 쓴 글에 곡을 붙여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열심히 활동했다.
부산 예술인들이 만든 연극, 뮤지컬, 영화의 음악을 맡았고 음반도 여러 장 냈다.
독립음반 '빵과 서커스', 아이들이 쓴 글에 그가 곡을 붙인 창작동요집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무위당 장일순 선생 20주기 음반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등이 그가 만든 음반이다.
부산 연극·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던
장편영화 '미스진은 예쁘다'(감독 장희철)의 주제음악도 작곡했다.
2014년 10월, 우창수 씨는 함께 활동하는 가수인 아내 김은희 씨와 경남 창녕군 우포늪 근처로 귀촌했다.
어느새 1년 반이 훌쩍 흘렀다.
한반도 청정 자연 풍광의 한 절정이면서 농심(農心) 순후하기로 이름난 우포로 들어간
이 '뮤지션 부부'가 분명히 뭔가 문화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와 개똥이어린이예술단 주최로
'노래로 자라는 텃밭 음악회'를 연다는 소식이 온 것이다.
■ 비님이 오시는 날의 음악회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포생태촌 유스호스텔 소강당에서 지난 1일 가수 우창수 씨가 마련한 '노래로 자라는 텃밭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원래 근처 텃밭에서 야외공연으로 하려했으나 이날 비가 와 실내로 옮겼다. |
'노래로 자라는 텃밭 음악회'의 첫 공지가 뜬 지난달 17일부터
줄곧 날씨가 좋았지 싶은데, 막상 당일이 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애초 이 행사를 하려던 곳은 대합면 주매리 우포늪생태체험장 안이었다. 여기에는 우창수 김은희 부부가 지난 5월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한
990㎡(300평) 넓이의 텃밭이 있다.
주매리 이장이자 얼마 전 시집 '지극'을 펴낸 시인인 노창재 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다.
"창녕군이 우포늪생태체험장 안에 이 텃밭을 마련해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방문객이 이를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려 했어요. 그런데 마을 주민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하는 자기 농사가 있으니 그 일을 맡을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어요. 마침 우창수 가수 부부가 이 일에 관심 높아 절차를 거쳐 맡게 된 것이죠."
텃밭 농사꾼이 된 부부는 이 텃밭에 고추 호박 옥수수 상추 밭벼 수박 등 60가지 작물을 키운다.
여기에서 날마다 '마을 할매'들을 만나 농사짓는 법도 배우고, 주말에는 창녕군에 사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 아이들 7명과 함께 밭을 가꾸고 노래 연습도 한다.
그렇게 "땅을 배우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고, 아이들과 노래하다 문득 기획한 행사가
바로 이날의 '노래로 자라는 텃밭 음악회'였다.
그런데 비가 왔다.
그것도 행사 준비하는 2주 동안 맑다가 하필 당일에.
음악회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부부는 페이스북과 문자로 한 번 더 공지를 띄워야 했다.
"텃밭음악회 장소 변경 안내. 텃밭에서 500m 거리. 우포생태촌 소강당."
어쩔 수 없이 실내공연장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 공지문의 끝문장이 이렇다.
"비님이 오시니 텃밭의 작물들은 좋겠습니다."
가수 우창수 김은희 부부, 땅을 모시는 농사꾼이 되었다.
■ 우포의 자연과 사람 속에서
가수 우창수 씨 부부가 가꾸는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우포늪생태체험장의 '노래로 자라는 텃밭'. |
텃밭에서 500m 떨어진 우포생태촌 소강당은 좁았다.
그런데 어디에서들 오는지 관객이 끝없이 들어왔다.
마을 '할매 할배들'과 주민들, 창녕에 사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
일곱 명의 식구들, 부산 경남에 사는 우창수 김은희 부부의 팬과 친구.
200명은 거뜬히 넘었다.
개똥이어린이예술단을 보고 한 아저씨가 "어이! 개똥이들"하고 인사하자 아이들은 "안녕하세요! 그륵꿈는집(창녕의 예술문화 체험시설)
아저씨" 하고 인사했다.
부산에 있을 때 힘들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투쟁현장에 가서
민중가요를 많이 불렀던 우창수 씨는 동네 할매 할배 관객을 위해
나훈아의 '홍시'와 인기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도 멋들어지게 불렀다.
초등학생인 '개똥이들'은 자기들이 직접 가사를 쓴 노래를 했다.
이런 노래도 있었다.
"나는 부전초등학교를 나와서 /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 민사고를 나와서
/ 하버드대를 갈 거다 /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뜻을 따르고자 하는 어린이의 마음과 그렇게 해서 결국엔 내가 이루고 싶은 꿈에 도전하겠다는 어린이다운 심성이 드러나는 이 노래는 곱씹을수록 깊었다.
꿈같은 음악회가 어느새 끝났다.
우창수 씨는 이곳 우포로 들어온 뒤 '생태·영성 음악제'를 그륵꿈는집에서 지난해 9월 여는 등
크고 작은 문화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개똥이어린이예술단 활동도 활발하다.
다만, 여기서는 부산 개똥이 단원들을 돌보는 것이 어려워 창녕 개똥이 회원 7명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제는 친환경 농사도 짓는다.
"제 고향이 창녕이라 귀촌하기 좋았던 점도 있지요. 하지만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귀촌을 준비했지요. 도시의 문화현장에서 활동하면서도 바람직한 삶,
스스로 생태적으로 사는 것, 나부터 변화하고 실천하는 것에 관해 모색했습니다."
부부는 부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포에서도 노래하고, 노래 만들고, 노래 가르치면서 산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시의 삶을 내려놓으면서 포기한 것도 많았을 법한데, 이들 부부는 왜 더 넉넉하고 편해 보일까.
음악회 뒷날 비갠 아침, 아름다운 우포늪을 돌아보니 그 비밀을 알 것도 같았다.
조봉권 기자 bg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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