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발견

'아픈 역사'도 [문화유산]이다

금산금산 2016. 9. 16. 10:05

아픈 역사도 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동굴, 부산 곳곳에서 잇따라 발견







-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 외면
- 방치되거나 개발로 사라져
- 관광자원 등 활용안 찾아야


최근 부산에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시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중구에서만 올해 들어 6곳의 인공 동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왜, 어떤 형태로 만들었는지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네거티브 문화재'라는 정서가 강해
그동안 조사나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네거티브 문화재'도 역사의 일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수조사를 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용두산공원 공영주차장 뒤편 축대 공사장.
10m 간격을 두고 인공 동굴(사진) 두 개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두 동굴은 형태가 완전히 달랐다.
왼쪽 동굴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기둥과 역삼각형 모양의 구조물이
거대한 출입구를 형성했다.
내부는 길이 5m, 폭 3m, 높이 3m의 터널 형태로 크지 않았지만
튼튼하고 정교하게 건설된 것으로 보였다.
오른쪽 동굴은 바위를 뚫어 만들어졌다.
전체가 'П'자 모양이고 길이만 30여 m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양쪽 입구는 바위를 팠지만 내부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넓은 공간이 존재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용두산공원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포진지나 관측소 등 중요한 군사시설이 많이 들어섰다""이들 동굴은 방공호나 문서고 등 군사적 목적을 위해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중구 동광동 옛 부산부청 자리에서 네 곳(본지 지난달 20일 자 7면 보도)의 동굴이 공개됐다.
중구는 총 6곳의 동굴 규모, 건립 시기와 목적, 안전 상태 등에 관해 부산시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다.

부산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과 대륙을 잇는 거점 역할을 하면서 도시 전체가 군사기지로 변했다.
그 당시 구축된 군사시설 대부분은 광복과 6·25전쟁,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 일부가 남았으며 또 새롭게 발견되고 있지만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인공 동굴 숫자 정도만 파악하고 있고 정부는 문화재청이 2013년부터 뒤늦게 태평양전쟁 유적 연구조사 용역을 진행하는 데 그쳤다.
학계도 지난해 첫 전공자를 배출했을 만큼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영역은 연구·조사 사각지대였다.

부산시 문화재 전문위원인 동아대 김기수(건축학과) 교수는 "군사시설 대부분이 없어졌고 일부 발견된 것도 방치되거나 개발에 묻혀 사라지고 있다""더 늦기 전에 전수조사를 벌여 보존 여부를 결정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지자체가 인공 동굴 등 군사시설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내 인공 동굴이 밀집한 중구와 남구 등이 적극적이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 ku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