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반짝반짝 문화현장] 살아있네!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

금산금산 2016. 9. 30. 16:49

[반짝반짝 문화현장] 살아있네!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




서울보다 가까운 부산-후쿠오카, '우리끼리' 예술로 공감하기







- 한국과 일본의 지역 예술가들
- 서로 문화 교류로 예술 싹 틔워

- 6회째 이어오며 자리잡은 축제
- 전시·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
- 예술문화기획자 네트워크 행사
- 대마도 예술전시와 결합하기도

- '왔다갔다'의 고군분투 성과는
- 광주 히로시마 등 타지까지 확대



그때가 2011년이었다.

예술인들이 입주해 살며 작업하는 부산의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www.tttg.kr)의 예술가들이

일본 후쿠오카 예술가들을 만나러 왔다갔다하더니, 예술축제를 하나 뚝딱 만들었다.

이름하여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

축제를 시작할 때 후쿠오카 쪽에서는 예술기획자 미야모토 하츠네 씨, 부산 쪽은 차재근 당시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이 각각 기획과 진행 면에서 큰 역할을 했고

후쿠오카에 살면서 부산 예술계도 잘 알던 한국인 사진가 심우현 씨 노력도 컸다.



   
지난달 27일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의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에서 제6회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과 제6회 쓰시마 아트 판타지아의 개막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리고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해마다 '왔다갔다'하면서 예술축제를 열자는 뜻에서 행사 이름을 지었다.

이를 작명한 사람은 미야모토 하츠네 씨였다.

이 축제는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두 동네 예술가들이 이미 완성한 작품만 갖고 와서 단순히 전시만 하는 형태는 되도록 피하고자 했다.

그런 뜻에서 미술 장르를 중심으로 두 도시 젊은 예술가들은 부산과 후쿠오카를 번갈아가며 '아트 투어'를 다녔다. 몇 주씩 상대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작품을 창작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그렇게 서로를 알고, 공감대를 넓힌 뒤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런 기획의도가 잘 반영된 행사로 2011년 제1회 후쿠오카 행사와 이듬해 부산 행사를 꼽을 수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규슈)에서 참가한 미술, 공연 쪽 예술가는 매회 40여 명에 이르렀고 지역의 관심도 꽤 끌어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올해 '왔다갔다'는 제6회째를 맞았다.




■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의 잔치

   

지난달 27일 일본 대마도의 중심지 이즈하라에 있는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半井桃水館)'을 찾았다.

나카라이 토스이(1860~1926)는 대마도 주민이 자랑하는 인물이다.

이즈하라에서 대마도주 소오(宗) 가문을 섬기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나카라이는 기자이자 소설가가 된다.

그는 조선을 아는 일본 지식인이었고, 한·일을 왔다갔다한 예술인이다.

부산의 왜관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 부산에서 살았던

그는 일본에서 공부한 뒤 다시 조선으로 와서 지내다

1882년 서울에서 일어난 임오군란을 취재해 일본 언론에 실은 것을

계기로 1884년 도쿄아사히신문 기자가 된다.

이 즈음 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22세 때 나카라이는 춘향전을 20회에 걸쳐 아사히신문에 연재해

일본 국민에게 알리기도 했다.

현재 일본 지폐 5000엔 권에 그려진 인물은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이다.

나카라이는 히구치의 문학 스승이었다.

히구치가 24세로 타계한 뒤 발표된 일기에 그가 나카라이를 오랜 세월 연모한 마음이 잘 담겨 있어 화제가 됐다. 나카라이 기념관은 문학관이면서 커뮤니티 지원센터, 문화교류 시설로도 쓰인다.

시민들에게 공간을 대관하고, 전시회 등도 연다.


이날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십 명이 꽉 들어찼다.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며 제6회 행사의 여정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 '왔다갔다'와 TAF의 결합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이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에서 부산 작가들의 전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은 '쓰시마 아트 판타지아'(Tsushima Art Famtasoa ·TAF) 행사와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지난해부터 생긴 변화죠." 이날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 행사에

부산 예술가들을 인솔해 온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번갈아 오가는 규모 있는 전시를 중심에 놓았던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의 초기 구상에는 그간 좀 변화가 있었다"고 김 센터장은 덧붙였다.

사실,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은 '화려한 예술축제는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큰 이벤트나 명백한 장소성에 기대는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류와 소통 자체에 가치를 두고, 레지던시 프로그램 같은 '기간은 길고 당장 표는 안 나는' 부문을 중시한다. 

 그러니 공공이나 민간의 장기지속형 지원을 끌어내기도 어렵다.

'왔다갔다'에는 예술가들이 자비를 내고 참가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됐다.

그래서 주최 측은 출발 당시의 구상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롭게 활로를 모색했다.

2013년 제3회 때는 두 지역 예술문화기획자 교류에 중점을 둔 프로듀서 네트워크 행사를 했고,

제4회 때는 연극 협업을 중심에 뒀다.

지난해부터 TAF와 결합하면서 대마도 비중이 높아졌다.

김 센터장은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을 시작한 해인 2011년 TAF도 출범했다. 동갑내기 예술축제다"라고 소개했다.

TAF는 히로시마시립대 조형대학 출신 작가들이 중심이 돼, 미술작가들을 대마도에 초청하고,

이들이 장기간 머물며 만든 작품을 대마도에서 전시한다.



■ 함께 즐기는교류와 소통의 품앗이

올해 TAF는 지난달 27일 시작해 오는 10월 2일까지 쓰시마아트센터,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 쓰시마교류센터, 쓰시마역사민속자료관, 나이인분교에서 열린다.

올해도 '왔다갔다'가 TAF와 결합했다는 것은 10월 2일까지 대마도에서 왔다갔다

페스티벌 참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왔다갔다' 쪽 참여 작가는 김경화 서미애 신지혜 심우현,

모리타 아키라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17명(5명은 일본 작가)이다.

'왔다갔다' 쪽 작가들 작품은 주로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에 전시해 놓았다.

올해 TAF의 전시 작품은 오는 25일 부산 중구 40계단 근처 스페이스 닻에서 전시한다.

올해 TAF에 참가한 '왔다갔다' 쪽 작가들의 작품으로 오는 11월 후쿠오카에서,

12월 부산에서 따로 전시회를 연다.



올해 TAF와 '왔다갔다'를 시작하면서 참여 예술가들이 모여 축하 잔치를 펼친 것이 바로

지난달 27일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부산의 아이씨밴드와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의 가수 박령순 등이 흥을 돋구었다.

한·일을 왔다갔다했던 대마도 출신 예술가 나카라이 토스이도 이런 예술교류 행사가 반가웠을 것이다.

'왔다갔다'의 분투는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 축제는 '중앙 중심'(한국은 서울, 일본은 도쿄나 오사카)의 예술 풍토와 구조에 주눅들지 않고

지역 예술인들 스스로 지역끼리 교류하고 소통하자며 만든 축제다.

예산이 모자라니, 진행은 쉽지 않다.

하지만 '왔다갔다' 예술인들은 그 일을 해왔다.

교류와 소통 활동은 결실이 천천히 나타난다.

김 센터장은 "'왔다갔다'를 통해 이미 부산 서울 광주 후쿠오카 히로시마의 작가들이 교류 중"이라 말했다.

이 점이다.

예술인들의 소통과 교류의 품앗이인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은 이렇게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조봉권 기자 bgj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