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배운다] 혼자 죽는 것
개만 끼고 살면 어쩌나 애도할 '누군가' 있어야
며칠 후면 시숙모님 기일이다.
학교 수업과 겹치지 않으면 자리를 함께할 생각이다.
사랑하는 자손들이 정성껏 제사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상도 많이 다녔다.
천수를 누리고 떠나는 사람을 보내는 후손의 감회를 들을 땐 마음이 넉넉해지기도 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저렇게 가족과 친구의 애도 속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떠나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무도 애도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 업체가 장례를 대신 치르고, 유품까지 정리해 주는 경우가 점점 증가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그 때문에 시체가 발견된 후에야 가족이 그 사망 소식을 접하는 사례도 많다.
가족과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가족이 나 몰라라 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노인 고독사도 많지만, 젊은이의 고독사도 비일비재하다.
이혼 후 혼자 살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 죽은 사람과 독특한 성격으로 개만 끼고 살았던 어느 여인의 죽음,
폐지를 줍고 근검절약하면서 살다가 떠난 어느 할머니의 죽음 등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임종 때 손을 잡고 있을 사람이 없는 죽음은 생각하기도 싫다.
친구든 가족이든 마지막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추억을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죽고 싶다.
물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죽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독하게 돌아가신 분의 죽음과 주검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외롭게 죽는 사람은 외롭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주검이 전문 업소에서 다뤄지는 사람을 어떻게 잘 살았다고 하겠냐"는 말도 덧붙인다.
절대로 혼자 죽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최근 필자는 자식과 연을 끊고 사는 K 여사에게 "자식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물론 관계가 악화된 이유야 있겠지만, 마음을 열고 더욱 넉넉한 품성으로 다가가라고 했다.
"그래, 인생엔 정답이 없어. 너도 옳았고 나도 옳았어"라는 식으로 아량을 보여 주라는 당부도 했다.
"내 죽거든 울지 말고 양지바른 곳에 묻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인데,
얼마나 나에겐 귀한 존재들인가"라는 덕담과 함께...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는 사료, 유기동물 위해 기부하세요" (0) | 2016.10.28 |
---|---|
60m '열기구 전망대'서 부산항 감상한다 (0) | 2016.10.28 |
[죽음에서 배운다] 마지막 모습 (0) | 2016.10.21 |
9㎞ 도로 10년째 '질질'…또 3년 연기 (0) | 2016.10.18 |
[덕천역 버스환승센터] '애물단지' 신세 (0) | 2016.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