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배운다] 마지막 모습
사후 영혼으로 만날 흔적 온전한 몸에 늘 감사해야
사람이 죽으면 온몸에 하얀 천을 덮어 안치실로 이동된다.
장례지도사가 시신을 돌보는 곳이다.
훼손된 신체를 최대한 복원하고, 얼굴을 매만져준다.
외국에서는 화장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눈을 감기고 턱을 받쳐 입도 다물게 한다.
몸은 단정하게 묶고 적절한 옷을 입힌다.
그렇게 단장한 모습으로 유가족을 만난 후 관으로 들어간다.
매장 또는 화장으로 사라지기 전에 거치는 마지막 절차다.
최근 주검, 즉 시신을 처리하는 일에 종사하는 젊은 남성의 글을 읽었다.
'천국으로의 이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다.
그 책에 등장하는 주검은 조금은 특별한 죽음에서 연유했다.
교통사고로 찢어진 몸과 자살로 부패한 주검, 물에서 건져 낸 시신….
그런 주검을 간추려서 단장하는 일에 종사하는 저자는 죽은 몸을 다루는 일보다 더 슬픈 것은
그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한 물질과 그것들을 치우는 일이라고 했다.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다.
또 어떤 사람의 몸은 죽음과 더불어 분해되는 절차를 밟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신을 기증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몸은 눈, 심장, 간 등 부위별로 나뉘어 많게는 10여 명을 살리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던져 귀한 일을 하고 가시는 분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죽은 모습은 어떠할까.
행여 못된 병에 걸려 죽지는 않을까.
냄새난다는 이유로 자녀까지 외면하지는 않겠지.
수의를 입은 내 모습은 과연 어떻게 비칠까.
과연 어떤 수의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그처럼 세상과 하직하는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전한 몸을 간직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감사의 기도를 올린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 내 몸 곳곳에서 아픈 부위가 드러날 것이다.
사람은 몸이 아파야 죽음에 이르는 운명을 타고났다.
나이가 들수록 온몸이 아파 오는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이다.
그런 절차를 거쳐서 남겨질 나의 주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후 영혼으로 만날 나의 흔적은 말이다.
끝없는 사색 끝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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