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청사 최소 5년 놀릴 판

금산금산 2016. 10. 28. 11:34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청사 최소 5년 놀릴 판




시 '근대박물관 리모델링' 제동







- 올해 국비확보 탈락·미신청 이어
- 공연장 등 활용 여론도 중구난방
- 1년 전 사놓고 계획 원점 재검토



한때 박물관 변신을 꿈꿨던 부산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 상당기간 방치될 전망이다.

정부가 부산시의 '공립박물관 리모델링'에 제동을 건 데 이어 공연장이나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낫다는

문화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전경.

부산시는 25일 대표적 근대건축물인 옛 한국은행 건물을 근대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려던 계획을 접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과 5년 분할납부 조건으로

88억6420만 원에 토지·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사업 사전평가'를 신청했다.


 옛 한국은행 건물을 ▷초량왜관 역사관 ▷일제강점기와 근대 부산 역사관 ▷근현대 아카이브센터가 들어서는 역사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리모델링 비용은 209억 원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사전평가를 통과하면 국비 40%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근대박물관 계획은 지난 5월 문체부의 사전심사에서 탈락했다.

옛 한국은행 건물 주변에 근대역사관·임시수도기념관·백산기념관을 비롯해

유사한 성격을 가진 공간이 많아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문화계에서도 박물관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원도심 발전을 위해 공연장을 포함한 복합공간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거나

"미술관 또는 청년문화공간 활용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향을 잃은 부산시는 최근 마감된 문화부의 하반기 문화시설 국비 지원사업에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담당부서를 바꿔 청사진을 다시 그릴 예정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 상반기 사전평가를 통과해도 국비는 2018년에 나온다.

리모델링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기본·실시설계에 1년 이상 걸린다.



결국 옛 한국은행 건물은 빨라도 2018년 공사가 시작돼 2020년께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건물 매매계약부터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 셈이다.

"행정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1년 허남식 전 시장의 지시로 시작된 옛 한국은행 건물 매입은 실제 매매까지 4년 걸렸다.

부산발전연구원이 활용 계획에 대한 용역을 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옛 한국은행 건물에 쏠린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제대로 된 청사진을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김희국 기자 kukie@











옛 韓銀 부산본부 '역사 박물관' 활용 물거품 위기








부산시가 2015년 11월 100억 원 가까이 들여 매입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의 활용 방안을 놓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당초 계획이 국비 확보 실패와 시 내부 이견으로

사실상 백지화될 상황에 놓이면서다.

부산시의 판단 오류와 무기력한 정책 추진으로 몇 년간 추진해 온 사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부산시 지난해 100억 매입  
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계획  
국비 확보 실패·내부 이견  
악재 겹쳐 백지화 조짐  

전문가 "공론화 거친 사업  
없던 일 돼선 절대 안 돼"
 



25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9월 진행된 문광부의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사업

사전평가에 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과 관련한 국비 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사전평가에서 국비 82억 4700만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부적정'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부산시가 2013년 3월 평가에서 '지원 적정'을 결정했음에도 불과 두 달 뒤

선정 결과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점을 문제 삼았다.

 "지원 결정 이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부산시의 건립 의지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다.

심의위는 또 근현대역사박물관이 인근의 근대역사관, 임시정부기념관 등

유사시설과의 차별성이 미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산시는 국비 확보에 실패하자 곧바로 "전시 콘텐츠를 보강해 하반기에

문광부에 다시 국비 지원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도 수차례 열어

건물 지하 1층~지상 6층의 층별 전시 콘셉트와 구성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공언과 달리 국비 지원을 재신청하지 않았다.

시 고위 인사가 근현대역사박물관이 막대한 사업비(299억 원, 매입비 포함)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다른 용도'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부산시 관계자는 "국비 재신청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지만, 내부적으로 근현대역사박물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대두됐다"며 "논의 끝에 일단 시간을 갖고 원점에서 활용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방안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지만 탄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계획 수정을 기정사실화했다. 

부산시의 '원점 재검토' 방침에 그동안 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사업에 참여해 온 전문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011년부터 무려 5년여 공론화 과정 등을 거치며 추진된 사업을 뒤늦게 특정 인사가 반대한다고 폐기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문회의에 참여했던 A 교수는 "문화는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경제성만 따질 일이 아니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계획을 이제 와서 경제 논리를 앞세워 '없던 일'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A 교수는 이어 "근현대역사박물관이 무산되면 부산시가 1조 원 이상을 들여 조성하겠다는 근현대 역사문화관광벨트 1단계 사업과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지적했다.

부산시의 무기력한 사업 진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중간에 부산시장이 바뀌고 실무 책임자(시 문화관광국장)가 몇 개월마다 교체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물 매입 시기가 지연되고, 국비 지원이 확정됐음에도 판단 잘못으로 이를 취소한 후 재신청하는 등의 오류가 사업 표류의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