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공사로 사싯골·대천천 초토화
북구, 2014년 폭우로 패인 바닥 재해복구 명목 콘크리트 평탄화
"엉터리 재해복구 공사 때문에 하천이 망가졌습니다.
검찰 수사나 감사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23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 화명수목원 옆 사싯골 계곡. 지난달 태풍 차바 때 콘크리트 하천 바닥이 갈라지면서 발생한 침하상태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상류에서 떠밀려오거나 경사면에서 떨어진 바위들도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박호걸 서정빈 기자 photobin@ |
23일 부산 북구 화명동 금정산 계곡을 둘러본 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사무국장의 한탄이다.
사싯골에는 깨진 콘크리트 덩어리와 상류에서 떠밀려온 바위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시멘트로 덮인 계곡의 바닥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지거나 침하된 상태였다.
대천천도 사정은 비슷했다.
금정산에서 발원한 대천천과 사싯골이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다.
자연에 콘크리트를 덧칠하면서 생긴 결과다.
부산시와 북구는 2014년 8월 25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화명수목원 일대
계곡의 바닥이 패고 경사면이 붕괴되자 지난해 4월까지 재해복구 공사를 했다.
총 2억8767만 원(국비 2억186만 원 포함)을 투입해 바위·자갈이 섞인 콘크리트를
계곡 바닥에 쏟아부어 평평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태풍 '차바'가 내습하면서 두 하천에 사달이 났다. 상류에서 내려온 많은 비를 견디지 못하고 콘크리트 바닥이 깨지고 끊겼다. 상류의 큰 바위들이 떠밀려오면서 경사면 곳곳도 갈라졌다.
환경단체들은 계곡 바닥을 평탄화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유 사무국장은 "계곡물은 순식간에 불어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하천이 구불구불하고 물이 머무는 소나 나무·바위가 어우러져야 유속이 감소한다"면서 "북구가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물의 흐름을 직선화하는 바람에 재해복구공사가 허탕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곳 주민들도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면서 예전에 자주 보였던 은어 등 물고기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부산대 임종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유속과 유량을 고려하지 않고 돌 붙임을 엉성하게 하면 지반이 견디질 못한다. 더군다나 이렇게 직선화해 놓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인공적인 보수를 하더라도 자연의 계곡 모양을 살려서 바닥을 거칠게 하고, 낙차공을 둬서 유속을 줄여야 한다. 설계 자체가 너무 엉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콘크리트로 돌을 잡아줘야 바위가 떠내려 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생태하천 복구가 아니라 하천 범람에 따른 피해를 막는 재해방지에 초점을 뒀다"고 해명했다.
금정산지킴이단과 대천천네트워크·금정산보존회는 부산시에 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북구 담당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
'부산 이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통 앞둔 [동해남부선]...안전문 없고 배차간격 30분 '반쪽 개통' (0) | 2016.12.20 |
---|---|
동해남부선 '부전~일광' 30일 개통 (0) | 2016.12.20 |
'서낙동강 보물' 둔치도, 공원화 첫걸음 (0) | 2016.11.11 |
[반짝반짝 문화현장] 동아대 석당박물관 탁본전 (0) | 2016.11.11 |
이야기 공작소[부산도시철도 2호선 스토리 여행]'금련산' 역을 걷다 (0) | 2016.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