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박정우 감독 "정부 대응부재
원전재난영화, 시국과 비슷해 두렵기도"
고리원전이란 민감한 소재 다뤄…개연성·정확성 위해 전문가 감수
- 촬영 쉽지않아 60%가 CG 장면
- 세월호사태 청와대 떠올리지만
- 원전관리 메시지에 집중해주길
올해 한국영화계는 유독 재난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과 터널 붕괴사고를 다룬 '터널'이 지난 여름 개봉해 많은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판도라'가 7일 개봉했다.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 이용우 기자 ywlee@ |
'판도라'는 역대 규모의 강진으로 경상남도 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한별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일어나고, 급기야 원전 폭발까지
벌어지게 되는 최악의 재난을 다룬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발전소 직원 재혁(김남길)과 동료들의 생명을 건 고군분투는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유일한 희망을 준다.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현실적인 재난영화라 "두렵기도 하다"는
박 감독과 '판도라'의 뚜껑을 열어봤다.
-원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다룰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게 됐는가?
▶'판도라'의 첫 시작은 '연가시'를 끝낸 2012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안전하다고만
하더라. 어물쩍 넘어갈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이것을 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전 사고라는 소재는 민감한 부분이라 취재가 꼼꼼해야 했을 것 같다.
▶2012년 3월 자료 조사를 시작해 10월 말에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사고가 나는 과정이 개연성과 정확성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사고 진행에 따른 방사선 노출 수치나 피폭당한 사람들의 상태 등 원전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전문가의 감수를 받았다.
다만 영화적 장치로 조금은 변주를 한 것이 원자로에 압력이 차서
폭발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그것을 짧은 시간으로 줄였고, 소방차가 사고 원전 앞까지 가지 못하지만 드라마를 위해 앞까지 가게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보고서가 많은데, 영화 속에서
사고 이후 대응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한별 원자력발전소의 모델이 된 곳이 있는가?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 NEW 제공 |
▶고리 원전이 모델이었다.
마침 필리핀에 고리 1호기와 거의 같은 원전이 있었다.
같은 회사에서 지은 것인데, 필리핀에서는 그 원전을 완공했으나
사용하지 않기로해 지금은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다.
-'판도라'는 제작비 155억 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재난영화 특성상 촬영지를 찾기 쉽지 않았고, 원전 폭발 사고나
원자로 내부 등 많은 장면에서 CG가 사용된 것으로 안다.
▶원전은 물론이고 원전 부근의 마을에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전과 상관없는 강원도 고성에서 마을 장면을 찍었고, 춘천에 원전 세트를 지었다.
영화 장면 60% 이상이 CG가 사용됐다.
원전 폭발 장면, 원전 내부, 원자로 등은 CG다.
또 피난민을 그린 부산역 장면이나 선착장, 인천공항, 고속도로도 CG가 들어간다.
-영화에서는 원전 사고에 대처하는 청와대의 모습이 꽤 중요하게 등장한다. 특히 정보를 독점해 대통령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국무총리와 재난 대응 매뉴얼의 부재 등이 현 정부와 비교가 된다. 세월호 사고 때를 떠올리게 했다.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도 현재의 청와대와 비슷하니까 영화의 관심이 그쪽으로 가는데, 원전 안전 관리에 대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2012년 10월에 완성한 것이라 세월호 사고 때 청와대의 대처를 참조하진 않았다.
세월호 사고를 우리 영화에 차용하는 것은 희생자에게 몹쓸 짓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현실과 너무 비슷해서 삭제한 부분이 있는가?
▶대통령이 해외순방 다녀온 사이 국무총리가 내각과 수석을
자기 세력으로 만들고 대통령을 소위 왕따시킨다.
그때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들을 모아놓고 "지금 이 나라는 누가 이끌고 가는 것입니까"라고 하소연한다.
또 원전 폭발 후 상황이 악화하자 청와대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무총리가 대통령이 없는 가운데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지금 판단능력을 상실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시간에 대통령은 좌절해서 관저에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원전에 관해 이야기하려던 본질에서 비켜나 다른 부분에 관심을 끌게 될까 봐 그랬다.
-혹시 개봉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않았나?
▶지금 정부에서는 개봉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지난 9월 경주 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절대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가능성만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실제로 경주에서 강진이 일어나 겁이 나기도 했다.
빨리 개봉을 해서 우리가 의도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판도라'는 상업영화다. 그래서 현실 비판적인 면도 있지만 재난영화가 가진 가족애와 희생과 같은 눈물 코드도 있고, 결말에서 희망의 메시지도 보인다.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을 막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장르적 장치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언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고, 언제까지 우리의 안전을 책임질
국가의 보위를 못 받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서는 각 후보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공약을 발표했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첫 '몽돌해변'…동해남부선 폐선 철책 철거, 30년 만에 베일벗다 (0) | 2016.12.23 |
---|---|
이정현 발언 화제 '장 지진다' 번복하기도 해···누리꾼 합성사진 '화제' (0) | 2016.12.10 |
"일본 서북부 지진해일땐 부산 초토화" (0) | 2016.12.06 |
김해 화포천 '습지 식물' 복원 나선다 (0) | 2016.12.01 |
'승학산 억새군락' 점차 사라져…지자체는 덩굴 제거만 (0) | 2016.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