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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 경찰, 조폭보다 시위사범 검거...

금산금산 2016. 12. 17. 14:22

'시대착오' 경찰, 조폭보다 시위사범 검거



경찰청, 성과 평가 개선안






- 불법 시위자 체포땐 최고점 3점
- 폭력배·성매매자보다 높은 점수
- 치안 공백·평화집회 역행 지적



경찰이 주요 민생침해 사범인 조직폭력배보다 시위 사범을 더 나쁜 범죄자로 간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과도한 실적경쟁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시위 사범 처리율 배점을

조직폭력배 검거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민생치안 공백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이끈 평화시위 문화 정착에도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14일 불필요한 단속을 없애고 수사력을 중요 사건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2017년 성과평가 개선안'을 각 지방청에 통보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지표와 배점에 따라 경찰청이 지방청을, 각 지방청은 일선 경찰서를 평가하게 된다.

핵심 내용은 기존 221개 평가 지표를 91개로 간소화하고 중요도를 새로 산정한 것이다.

특히 총점을 125점으로 늘리고 중요도에 따라 전략(3점)·중점(2점)·일반지표(1점)로 나눠서 평가한다.

문제는 불법 폭력 시위 사법 처리율의 배점을 가장 점수가 높은 범죄 항목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경찰은 배점이 가장 높은(3점) 전략지표에 ▷4대악 체감 안전도 ▷강력범죄 검거율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청렴도 평가 결과와 함께 ▷불법 폭력시위 사법처리율을 포함했다.

2점이 배정된 중점 지표에는 중요 범죄 현장 검거 지수, 조폭 단속 검거, 전화금융사기 검거 등 24개 지표가,

1점이 배정된 일반 지표에는 성매매 단속 등 62개 지표가 포함됐다.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는 헌법에 보장된 시위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폭력을 쓴 시위 사범이

민생 침해 목적인 조직폭력배 검거보다 배점이 높은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7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 않아 세계가 한국의 평화 집회를 주목하는

시점에서 경찰이 우리나라의 평화시위를 스스로 비하하는 처신이라는 것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아주 정치적인 평가 방법"이라며 "정권과 간부에 충성하는 사람만 승진 시키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법률사무소 내일 박종훈 대표변호사는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위 사범은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배점이 가장 높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한 일선서 경찰은 "시위 사범이 가장 중요한 전략지표로 선정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시위 사범을 잡으러 다니느라 민생침해범을 잡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개선안 배점 이유는 내부적인 사안이라 공개하기 힘들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호걸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