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쉿! 비밀의 정원 문을 열다.

금산금산 2017. 5. 19. 22:34

쉿! 비밀의 정원 문을 열다




'여름길목' 가볼 만한 민간정원








섬이정원
   



높은 담벼락에 철조망까지 쳐진 저택을 보노라면 담벼락 안이 궁금해진다. 형태야 다르겠지만 이런 저택의 공통점은

부지의 상당 부분을 정원으로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잔디가 넓게 깔린 정원 곳곳에는 가족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야자수 또는 과실수가 자리 잡을 테다.

그러나 집집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정원의 사전적 의미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원들이 법적으로 민간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개방되고 있다.


2015년 충남 천안의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이 우리나라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이후

올해까지 모두 8곳이 민간정원으로 등록했다.

지역별로는 경남 3곳, 전남 2곳, 충남 1곳, 충북 1곳, 제주 1곳 등이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특색있는 경남의 민간정원 3곳과

우리나라 제1호 민간정원인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을 둘러봤다.





# 다랭이논 사이 들어앉은 정원…섬이정원

남해군 남면에는 다랑논 가운데 자리 잡은 섬이정원(경남 제1호)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면 아치형 돌다리에서 기다리던 복실이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이름이 '쌀'과 '밀'인데 손님의 길 안내(?)를 맡고 있다.

바로 옆 검은색 건물에서 무인시스템으로 입장권을 살 수 있다.

돌다리를 지나면 화려한 색감의 니포피아, 나팔꽃을 닮은 보라색 디기탈리스, 민들레 홀씨 같은 알리움 등

이국적인 꽃을 만난다.

신기했던 건 은회색 솜털이 잎 앞뒤로 빼곡하게 자란 램스이어(Lamb's Ear).

모양도 촉감도 양의 귀와 닮았다.



   
섬이정원

생각했던 것보다 코스가 길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문과 연못 위 아치형 다리도 눈길을 끈다.

빨간 공중전화 부스와 벤치를 한 곳에 배치해 그림 같은 효과를 냈고

의자를 곳곳에 놔둬 자연스러운 포토존을 만들기도 했다.

차명호 대표가 거주하는 노란 건물 주변에는 물을 저장할 용도로 만든

다소 딱딱한 느낌의 연못이 있는데 연못 뒤 바다와 함께 보면

한편의 그림이 된다.

이 사진 한 장을 보고 찾아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정원 한가운데 무인 카페인 오두막과 높이가 3~4m에 달하는

돌담도 빠지지 않는 포토존이다.

의류사업을 했던 차명호 대표의 예술 감각이 빛을 발한 것 같다.

차 대표는 항상 원예용 가위를 들고 다닌다.

시든 꽃이 보일 때마다 잘라주기 위해서란다.




# 가위손 재림한 토피어리 세상…남해토피아랜드정원

   
남해토피아랜드정원

남해군 창선면에는 지난달 말 개방한

남해토피아랜드정원(경남 제3호)이 있다.

하석진 대표가 15년 전부터 토대를 잡아 2년 전 토목공사를 한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 아치형 정원 입구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돌담이 보인다.

토목공사를 할 때 나온 돌을 쌓은 것인데

돌담을 합친 길이가 1.5㎞에 달한다고 한다.

꼬불꼬불 이어진 코스를 따라가면

꽝꽝나무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토피어리를 볼 수 있다.

1년 전 특정 형태를 염두에 두고 나무에 끈을 매달아 둔 것들이다.

거북 공작 공룡 십이지상 등에 더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호빵맨 라바 뽀로로 코코몽 등 만화 캐릭터도 있다.

와인과 와인잔이 놓인 테이블과 의자, 찻주전자와 찻잔 등도 역시나 토피어리로 만들어져 있다.

토피어리 사이에는 나무줄기를 깎고 다듬어 만든 13개의 나무의자가 있다.

토피어리를 지나 9900㎡(약 3000평)에 달하는 편백숲에 이르면 등걸에 새겨진 호랑이 곰 등

동물 모양에 먼저 눈길이 끌린다.

전문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편백숲에서는 느긋하게 피톤치드 샤워를 할 수 있는데 조만간 맨발 체험장도 조성할 계획이란다.

편백숲을 벗어나 옆으로 가면 유럽 왕궁을 본뜬 대칭 정원이 있다.

통로 양쪽으로 각각 45주의 나무를 심었다.

하 대표는 "국내에는 토피어리를 테마로 한 정원을 보기 어려운 만큼

볼거리 가득한 정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40년째 손수 가꾼 분재·야생화…해솔찬정원

   
해솔찬정원

통영 도산면에는 40년 전 포크레인으로 길을 낸 뒤

장비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손수 가꾼 분재와 야생화 정원인

해솔찬정원(경남 제2호)이 있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꽃마당이다.

분홍색 패랭이꽃을 지나 잔디를 따라 오르면 소나무 군락, 단풍나무 군락, 동백숲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이곳의 꽃과 나무는 90%가 씨를 뿌려 키웠거나 꺾꽂이한 것이라고 한다. 꼭대기에는 990㎡(약 300평)에 달하는 녹차 밭이 있는데

여기서 딴 녹차를 가공해 관람객에게 차로 내기도 한다.

차를 마시면서 사량도가 떠 있는 바다 경치를 볼 수 있는 만남의 정원은 놓쳐서는 안 되는 볼거리다.

이곳에는 김종태 대표가 직접 지은 두 개의 집이 있다.

하나는 나무로 만든 봄·여름·가을집이고 다른 하나는 돌을 쌓아 만든 겨울집이다.

부지를 조성하면서 나온 돌을 사용했다. 겨울집 앞에는 돌로 만든 연못도 있다.

김 대표가 정원을 꿈꾼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약 40년 전 부지를 조성한 이래 직장 생활 25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일궜다.

김 대표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원을 가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는 화분에 묘목 심기, 감나무 교실, 분재 등 체험교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가 직접 재배한 녹차를 마실 수 있고, 꽃마당 옆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쥐똥나무, 보리수,

미니 호랑이발톱나무 등 다양한 분재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 우리나라 제1호 민간정원…아름다운정원 화수목

   
아름다운정원 화수목

경남의 민간정원 세 곳의 대표로부터 공통으로 "우리나라 제1호

민간정원인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충남 천안)과

제2호 민간정원인 생각하는정원(제주 제주시)은 급이 다르다"

말을 들었다.

기자는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확인하기 위해

직접 천안의 화수목을 찾았다.

천안 화수목의 드넓은 주차장에는

그에 걸맞게 끊임없이 차량이 몰려들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100석 규모의 컨벤션센터가 떡하니 서 있다.

실내정원 결혼식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맞은편에서는 분재와 기념품 등을 팔고 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잔디광장이 나오는데 분수가 솟아 아이들이 물에 흠뻑 젖는다.

다양한 나무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무 놀이터도 있다.

화수목을 둘러보기 위해 잔디광장 왼쪽 길을 따라 석부작길로 오른다.

용머리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조명도 달려있어 야간에는 빛축제가 펼쳐진다.

꼭대기에는 사파리정원이 펼쳐진다.

염소 미니돼지 양 토끼 공작 등이 낮잠을 자거나 관람객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어린이들은 토끼에게 풀을 먹이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숲을 크게 돌아 가운데로 가면 폭포와 만난다.

콸콸 흐르는 폭포에 아이들이 겁먹을 정도다.

레스토랑 옆으로 내려오면 이번엔 제주도를 옮겨온 듯한 탐라식물원이 있다.

귤나무, 불수감, 대형 야자수를 포함한 40여 종의 제주도 식물을 볼 수 있고

노새와 오리 조형물뿐 아니라 돌하르방도 만날 수 있다.

화수목 관계자는 "화수목 오부영 대표가 석재와 분재에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데다 직접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심을 정도로 애정을 쏟아부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정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