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부서진 시간'을 찍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소…지금도 자유로운 탐사는 불가능
- 사진가 이재갑, 참혹한 흔적찾아
- 외·내관 사진, 설치 작품 등 전시
- 내달 22일까지 '예술지구_P'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을 꾸준히 찾아온 사진가가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의 진실을 알리는 사진전을 개최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아픔이 서려있는 일본 군함도. 예술지구_P 제공 |
부산 금정구 회동동 '예술지구_P'는 다음 달 22일까지 이재갑 사진가의 개인전 '군함도-감춰진 진실'을 연다.
이재갑 사진가는 군함도 외·내관 사진과 설치·영상작업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열성을 다하다 최근 별세한 일본인 평화운동가의 추모전도 함께 마련됐다.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 떨어진 하시마(端島)섬은 '군함' 모양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라 불린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참혹했던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장이다.
당시 강제 동원된 조선인 800여 명은 배고픔과 위험 속에서 하루 12시간 동안 석탄 채굴 작업에 시달렸다.
질병, 익사, 탄광 사고 등으로 12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속에 묻혀있던 군함도는 최근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2015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강제징용 흔적을 지운 채 신청한 군함도 탄광 등 23개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해 우리 국민의 분노를 샀다.
군함도 탄광을 소재로 한 영화 '군함도'도 다음 달 개봉한다.
흥행 감독 류승완과 인기 배우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등이 출연해 기대가 높다.
군함도 내 일본인 숙소. 일본 최초의 서양식 아파트다.당시 군함도의 문화적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았다고 선전할 때 예로 드는 곳이다. |
이재갑 사진가는 2008년 8월 당시 선착이 금지돼 있던 군함도에 올라 내부와 외부 사진을 찍었다.
새벽에 낚싯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군함도에 오른 뒤 2시간 반 동안 촬영했다.
2008년 이후에는 일본이 군함도 등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포석으로 정해진 루트를 관광자원화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지금도 자유로운 탐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함도 내부를 찍은 국내 사진가는 이재갑이 유일하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찍은 군함도 내부는 이재갑의 사진뿐인 것이다.
이 사진가는 "지금도 1년에 서너 차례 군함도를 찾지만, 외부에서만 찍을 뿐 안에 들어가진 못해 언제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선인 숙소가 밀집해 있는 반지하 복도. 햇볕이 들지 않고, 바닷물이 흘러 넘쳐 악취가 진동을 했다. |
이 사진가는 군함도 사진과 함께 자국의 침략적 실체와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알리는 오카 마사하루 평화박물관의 자료를 빌려 전시한다. 일본 평화박물관도 모형으로 재현했다.
특히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서 활동하며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공개한 평화운동가 오카 마사하루 목사(1994년 작고)와 다카자네 씨를(지난 4월 작고) 추모하는 자료도 전시한다.
그는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제 강제징용 피해 역사가 서려있지만, 또한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고 일본 정부의 잘못을 규탄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며 "인간성을 상실한 군함도의 역사와 그럼에도 인간성을 지키려 애쓰는 일본인 양쪽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070-4322-3113 박정민 기자 link@
'과학·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장 도예촌]에 ‘안데르센 동화마을’ 조성 (0) | 2017.07.18 |
---|---|
수영동 자산 모은 '마을박물관' 개관 (0) | 2017.06.28 |
영화인의 숙소 '시네마 하우스' 내년 3월 개소 (0) | 2016.12.23 |
[반짝반짝 문화현장] 제18회 '부산독립영화제' (0) | 2016.12.01 |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청사 최소 5년 놀릴 판 (0) | 201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