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속 [가볼만한 박물관] 3곳
물놀이 + 박물관 = 여름방학 필수 코스 한번에 해결
여름방학이다.
아이들은 해방감에 빠져들고 부모들은 고민에 빠져드는 시기다.
옆집 아이는 해외에 다녀왔다 하고, 앞집 아이는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는데
집에만 있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다.
더울 땐 에어컨을 틀어놓고 ‘방콕’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차마 그러지도 못한다.
아이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드는 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터.
이럴 땐 가벼운 마음으로 물놀이와 여행을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해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좋겠다. 부산에서 찾을 수 있는 코스 3곳을 소개한다.
부산 강서구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곡식 낟알과 쭉정이를 분리하는 데 쓰였던 풍구를 돌려보고 있다. |
1. 록봉민속교육박물관
- 2500여 전시물 다 만질 수 있어요
부산 강서구 가덕도(천가동)에는 멀리 남해와 대마도, 가까이 다대포해수욕장과 을숙도를 조망할 수 있는
산인 연대봉(459m)이 있다.
또 외양포에는 일본군 포진지가 보존돼 있어 아픈 역사의 단면을 볼 수 있으며
두문 자갈마당에서는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낸 뒤에는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을 들러보자.
2011년 가덕도 천가초등학교 천성분교 폐교에 자리 잡았는데 소장한 자료만 6000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학교관 전자제품관 민속자료관 여성관 등 9개 전시실에는 자료 중 일부인
총 2500여 점의 민속자료가 전시돼 있다.
단체로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학교관에 자리를 잡고 앉자
염춘자 대표는 직접 오르간을 연주하고 율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바로 옆 교실에는 각종 전자제품이 놓여있다.
옛 전화기가 다수 배치돼 있고 흑백 TV도 있다. ‘풍구’라는 제품도 있다.
자동차 운전대같이 생긴 것을 돌리면 제품 뒤에서 바람이 나온다.
선풍기의 일종인가 했더니 윗부분에 깔때기가 달린 것은 쭉정이와 곡식을 분리하는 장치였단다.
100년 전 냉장고 등 신기한 물건도 많았다.
여성관에서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속마음을 표출하지 못하던 옛 여인들이 외로운 마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물건으로 인식되는데
아이들도 이를 아는지 방망이 소리를 점점 키운다.
아이들은 우물과 펌프를 가장 좋아했다.
두레박으로 우물에 있는 물을 떠 펌프에 부으면 마중물 역할을 해서 펌프에서 물이 계속해서 나온다.
손혁 관장은 “이곳을 찾으면 과거를 만나고 현재를 생각하며 미래를 통찰하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며
“거의 모든 전시물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 볼 수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약을 하면 조형물 만들기, 고무신 색칠하기, 인절미·강정·달고나·도시락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을 찾은 어린이가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고 있다. |
2. 사상생활사박물관
- 주민이 만든 우리동네 보물창고
사상생활사박물관에서 지역 주민들이 전통놀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지난 14일 사상강변공원 내
어린이 물놀이장이 개관했다.
올해에는 버섯 모양의
고정형 분수, 악어 북극곰 물개 등 이동형 놀이기구가 새로 설치돼 어린이 고객을 유혹한다.
물놀이장이 지겨워졌다면
인근에 있는
사상생활사박물관을 찾아보자. 박물관은 지난해 5월 개관해 최근 1주년을 맞았다.
3층 건물 중 1층에는 전시물을 기증한 주민들의 이름을 새긴 기증자월,
아트홀, 주차장, 2층에는 담소방 회의실 등이 있다.
3층에는 전시실과 체험장이, 옥상에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김미화 박물관 계장은 “여기 있는 5000여 점의 자료는 모두
주민이 기증한 자료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박물관 운영에
보태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재첩국 아지매가 낙동강 재첩을 삶아 장사를 나가는 목소리다.
재첩 양동이 바로 옆에는 ‘알개미’가 있다.
알개미란 재첩의 껍데기와 속살을 분리하는 도구로
구멍이 큰 채를 연상하면 되겠다.
낙동강 주변 삶을 엿볼 수 있는 갈대 빗자루 등 자료도 전시돼 있다.
다른 벽 한편에는 사상공단 신발공장에서 일한 여공의 담담한 회고록이 붙어 있다.
그 옆에는 일렬로 줄을 섰다고 불인 나래비집이 재현돼 있다.
교실에는 풍금과 칠판 시간표 등이 있고 당시에 입었던 교복도 입어볼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과 지역을 잇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삼락생태공원, 닥종이 갤러리, 강선대, 한내 행복카페,
복이 있는 재래시장(덕포시장), 사상 인디스테이션, 명품가로공원, 음악 분수대를 잇는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알록달록 재첩 꾸미기, 한지 고무신 만들기, 닥종이 인형공예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이뤄진다.
3. 수영성 마을박물관
- 수영동의 역사가 흐르는 곳
수영구의 광안리해수욕장은 스탠드업 패들보드(SUP)와 카약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최근 개장한 인근 민락동 수영구 어린이 워터파크에는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30일 개장한 부산 수영구 민락동 ‘수영구 어린이 워터파크’. |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경상좌수영) 자리에 있는 수영사적공원은 역사적 문화적 공간이면서
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용복 장군의 사당이 있으며 한쪽에는 천연기념물인 곰솔과 푸조나무가 주민들의 쉼터를 지키고 있다.
부산의 역사를 돌아보고 해양스포츠까지 즐겼다면 이젠 수영성 마을박물관을 찾아보자.
수영사적공원 인근의 마을박물관은 지난달 24일 북문 근처 다세대주택을 개조해 설립됐으며
지역 주민은 물론 부산시민, 나아가 전 국민에게 수영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마을박물관에는 수영동의 역사가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으며 시기별 변천사도 알려주고 있다.
화장실을 개조한 공간에는 수영야류 공연이 잔잔히 흐르고 있으며
수영동 주민들의 삶이 담긴 자료와 수영야류와 관련된 자료들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박물관을 이루는 자산의 80%는 소프트웨어라고 봐야 한다.
지난 3년간 수영동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한 내용이 푸조와 곰솔이라는 잡지에 오롯이 정리돼 있고 수영동의 도시 변천과 생활사를 다룬 마을 교양서인 ‘수영강은 흐른다’와 서정적인 드로잉북 ‘수영을 걷다’ 등
책자도 발간했다. 지역 명물을 둘러보는 걷기 코스인 ‘느리게 걷기’ 코스도 개발했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문화사업본부 박진명 팀장은 “수영은 센텀 민락 광안리 등과 달리 그동안 침체해
있었다”며 “마을박물관은 마을재생 시장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인 이상이 방문 일주일 전 예약을 하면 느리게 걷기 투어, 숲 해설 등도 안내해준다.
수영 지역 역사를 담은 수영성 마을박물관 전시물. |
수영야류 관련 전시물을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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