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운대역사 공원화, 시민이 해냈다
호텔 건설 반대여론에 백지화…코레일 “공공개발 적극 협조”
부산시도 곧 용역 착수 밝혀…“문화광장+야시장 등 추진을”
1987년 보수된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는 국내 철도역 가운데 유일하게 팔각지붕 형태가 남아 있다.
이런 역사적 공간을 허문 뒤 ‘마천루 고층 호텔’을 세우려 했던 민간건설사와 코레일의 상업개발 계획이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본지 2016년 3월 22일 자 1면 등 보도) 끝에 백지화됐다.
이에 부산시가 이곳을 공원과 광장으로 바꾸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제신문이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의 상업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한 지 약 1년10개월 만에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완전히 포기했다. 부산시는 이곳을 매입해 시민공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7일 옛 해운대역사 전경. 서정빈 기자 photobin@ |
코레일은 17일 옛 해운대역사 부지 4631㎡를 사들여 30층이 넘는
호텔형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로 조성하려고 했던 백상건설㈜ 컨소시엄이 와해됐다고 밝혔다.
백상컨소시엄은 최근 개발을 위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잔금을 코레일에 납부하지 않았다.
최대 지분을 보유한 백상건설 등 3개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난해 11월부터 ‘사업을 더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오다가
지난달 최종 사업을 포기했다고 코레일 측은 전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교통광장이 개발용도로 풀리지 않으면 어떤 민간사업자도 이곳을 비싸게 사들여
개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가 이 땅을 사들여 공원화하겠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컨소시엄은 해운대역사 부지 매각이 핵심인 코레일의 사업 공모에 참여해
2015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6년 1월 코레일과 토지매매계약을 했다.
당시 200억 원이 넘게 추산된 전체 토지대금 중 20%를 냈다.
같은 해 3월 상업 개발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이 사업은 시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서 시장은 “역사 부지 내 1750㎡의 교통광장이 개발용으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못 박았다.
사업이 난항을 겪자 컨소시엄 3곳 중 1곳이 먼저 이탈했다.
컨소시엄은 ‘문제 발생 때 대금 완납 시점을 1년 연장’하는 조항까지 활용했지만,
올해 1월까지 개발을 위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서 시장은 지난해 해운대역사 부지는 물론 바로 옆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정거장터(2만5391㎡)도
매입하거나 임대해 공원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부산시 한기성 교통국장은 “국제신문 보도로 해운대역사를 시민공원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올해 추가 예산을 마련해 역사 활용과 역 광장의 시민공원화 계획에 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상업개발 반대 활동을 벌여온 해운대구의회 유점자 의원은 “세계적인 관광명소 해운대구에는 시민이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없다. 옛 역사는 역사성을 살려 그대로 보존하되 역 광장은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 등이
이뤄지고 밤에는 ‘도깨비 야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꾸미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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