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감천마을[꽃차문화원]

금산금산 2018. 2. 17. 08:32

투명 찻주전자 속의 ‘꽃차’로 만나는 ‘봄’



감천마을꽃차문화원






- 마실 수 있는 꽃차는 160가지
- 문화원에는 120가지 종류 보유
- 10번 우려내도 처음 맛·향 유지
- 특별한 격식 없어 젊은층에 인기
- 알레르기 비염·황사에 효과 좋은
- 향긋한 백목련 봄 꽃차로 추천



뺨을 에일 듯 차가운 겨울이지만 뒤에 봄은 반드시 온다.

그래서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다.

기다려지는 봄을 먼저 만나고 싶은 마음에 봄꽃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향기와 맛까지 즐길 수 있는 꽃차가 떠올랐다.

투명한 찻주전자 안에서 꽃봉오리를 활짝 연 꽃차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동백꽃 봉오리를 덖어서 만든 동백꽃차.



부산 사하구 감내2로 감천마을꽃차문화원의 벽은 꽃차로 채워져 있다.

마실 수 있는 꽃차는 160종류. 그중 이곳엔 120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황순자 원장은 봄 꽃차로 목련차를 추천했다.

봄의 상징 같은 크고 하얀 목련을 먹을 수도 있다니 좀 놀라웠다.

황 원장은 “꽃차로 즐길 수 있는 목련은 백목련으로

 인적이 드물고 공기가 깨끗한 산에서 봉오리 상태로 채취한다”고 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인데도 목련은 벌써 봉오리를 내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때 봉오리를 따서 털이 복슬복슬한 바깥 부분은 벗겨내고 꽃잎을 하나하나 열어 활짝 핀 것처럼 만든다.



   
감천마을꽃차문화원 황순자 원장이 팬지로 차를 우려내는 모습.

황 원장은 “백목련 차는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봄에 황사가 오면 더욱 고생하는데

 그때 자주 마시면 견디기가  낫다”고 했다.

목련의 향이 생각보다 향긋한 것도 놀라웠다.

목련을 영어로는 매그놀리아라고 하는데, 이 향의 향수나 비누,

향초가 많은 걸 보면 목련 향기가 무척 좋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백목련 차의 수색은 레몬 같은 밝고 연한 노랑을 띤다.

홍차나 녹차 모두 여러 번 우리면 색상과 맛이 연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꽃차는 10번 정도 우려도 처음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꽃차를 마시는 특별한 예법이 없는 것도

 젊은 층에 더욱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꽃차는 물을 팔팔 끓여서 100도가 되면 바로 꽃 위에 부어 차를 우려낸다.



   
봄꽃의 꽃잎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대나무 핀셋으로 꽃잎을 집어야 한다.

한 가지 조심할 점은 찻주전자에서 우려낸 차를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 찻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는 거다.

꽃잎을 뜨거운 물속에 계속 방치하면 지나치게 우러나서

 쓴맛이나 아린 맛이 나기 때문에 한 번 우려냈으면

 얼른 다른 곳에 옮기고 찻주전자 안에는 꽃만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10번을 우려내도 처음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꽃가루가 붙어 있는

 암술과 수술을 제거하고 차로 마시면 아무 문제가 없다.



대부분 꽃차는 봉오리 상태에서 만든다.

봉오리를 벗겨내면 이미 그 안은 꽃잎이 속의 암술과 수술을 감싸고 있다. 이 꽃잎들을 살살 펴서 그늘에서 2, 3일 말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전기팬 위에서 덖어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꽃잎을 열어 수술과 암술이 드러난 면을

 팬에 닿게 해야 꽃잎이 오그라붙지 않는다.

황 원장은 “꽃에는 앞과 뒤도 있고, 가장 예쁜 얼굴이 있다.

그 표정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게 하려고 덖을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했다.

이때 꽃잎이 상하지 않게 대나무로 만든 핀셋으로 집어 올린다.

봄꽃의 표면은 유난히 온도에 예민해 체온이 있는 손끝이 닿으면 꽃잎의 색상이 갈변하고 상처를 잘 입는다.

그래서 반드시 봄꽃을 차로 만들 때는 나무 핀셋을 사용해야 한다.



   
우려낸 백목련 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다.

이렇게 열을 가했다 식히기를 10번 정도 반복하다가

 마지막에는 향을 입히는 ‘향 매김’을 진행한다.

 이때는 지금까지의 온도를 1로 치자면 5까지 올려

 10~20초 유지하다가 식혀준다.

그리고 0~1의 열로 ‘잠재우기’ 과정을 거친다.

뚜껑을 덮고 그 상태로 다음 날까지 두면 완성된다.

덖음이 완성되었는지를 알려면 꽃차를 밀폐용기에 담고

 뚜껑을 닫았을 때 뚜껑에 김이 서리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완전히 수분을 제거해야 차로 두고 마실 수 있다.

황 원장은 “밀폐된 병에 넣은 상태로는 2, 3년 보관할 수 있고

 뚜껑을 열었다면 6개월 이내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고 알려줬다.

앞서 우렸던 백목련은 마치 과자처럼 아주 바삭한 상태였다.



   
꽃차로 쓰이는 대표적 꽃인 동백과 유채꽃.

황 원장은 백목련 차와 함께 동백차 수선화차를 추천했다.

재미있는 것은 동백 꽃잎의 그 붉은 색이 차로 만들면

 거의 우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장미도 마찬가지다.

황 원장은 “배반의 장미랄까, 장미나 동백 모두 그 예쁜 꽃잎의

 붉은 색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예쁜 붉은 색을 띠는

 맨드라미나 비트와 섞어 차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꽃끼리 섞어 꽃차로 만들면

 향과 맛이 더욱 좋아진다.

그래서 서로 잘 어울리는 꽃차의 맛과 향을 감별해 내는 사람에게

 꽃차 소믈리에라는 표현을 쓴다.

수선화는 향수같이 진하고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향기에 취할 정도였다.



이어 맛본 차는 팬지와 비올라 팬지로 만들었다.

비올라 팬지는 팬지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종류다.

팬지는 수술과 암술이 없고 냉장 보관해도 색을 잘 유지해 요리에도 자주 쓰인다.

맛은 약간 풀 향기가 나며 부드럽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