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간 갈대빗자루 수작업…청소기에 밀려났지만 전통 이어지길”
빗자루 장인 배영희 씨
- 현재 무형문화재 등록 추진
“이제는 집에서 빗자루를 잘 안 쓰니 아쉽죠. 하지만 찾는 분이 있으면 언제든 만들 겁니다.”
11일 빗자루 장인 배영희 씨는 “빗자루처럼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빗자루 장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
문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널리 쓰였던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갈대빗자루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
세월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배영희(73) 씨를 11일 부산 사상구에서 만났다.
“예전에는 빗자루가 없는 집이 없었으니 만드는 맛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소기가 다 하니 별 수 있나요.
그래도 아직까지 빗자루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은 강합니다.”
배 씨는 55년 전 아버지를 따라 처음 빗자루를 만들었다.
아버지 밑에서 일을 도우며 하나씩 만드는 일이 재밌었다.
하지만 군대를 갔다 온 뒤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갈대빗자루는
값싼 공산품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배 씨는 “갈대빗자루 제작은 여름에 대나무와 갈대, 부들을 직접 다 채취해 말리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중노동이다. 하나를 만들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며
“만들 수 있는 계절도 정해져 있어 쉽게 구할 수 없다 보니 플라스틱 제품에 밀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배 씨가 만든 빗자루들은 사상생활사박물관에도 전시돼 있다.
배 씨는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직접 만든 것과 30년 전 만들었던 것 등 10여 자루를 기증했다.
이곳에서 매년 10월 빗자루 제작 강의도 열어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배 씨는 “빗자루 제작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직접 배우겠다고 했던 사람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나의 뒤를 잇는 사람이 생겨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씨는 현재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이다.
자신의 능력을 살리고 후대에 빗자루를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배 씨는 “나이가 들면서 빗자루 만드는 일이 힘들어져 자식들도 쉬라고 말할 때가 많다”며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빗자루처럼 계속 이곳에서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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