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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간 [갈대빗자루 수작업]…청소기에 밀려났지만 '전통 이어지길'”

금산금산 2018. 3. 15. 18:17

“55년 간 갈대빗자루 수작업…청소기에 밀려났지만 전통 이어지길”



빗자루 장인 배영희 씨







- 현재 무형문화재 등록 추진



“이제는 집에서 빗자루를 잘 안 쓰니 아쉽죠. 하지만 찾는 분이 있으면 언제든 만들 겁니다.”

   

11일 빗자루 장인 배영희 씨는 “빗자루처럼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빗자루 장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문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널리 쓰였던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갈대빗자루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

세월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배영희(73) 씨를 11일 부산 사상구에서 만났다.



“예전에는 빗자루가 없는 집이 없었으니 만드는 맛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소기가 다 하니 별 수 있나요.

 그래도 아직까지 빗자루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은 강합니다.”



배 씨는 55년 전 아버지를 따라 처음 빗자루를 만들었다.

아버지 밑에서 일을 도우며 하나씩 만드는 일이 재밌었다.

하지만 군대를 갔다 온 뒤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갈대빗자루는

 값싼 공산품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배 씨는 “갈대빗자루 제작은 여름에 대나무와 갈대, 부들을 직접 다 채취해 말리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중노동이다. 하나를 만들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며

 “만들 수 있는 계절도 정해져 있어 쉽게 구할 수 없다 보니 플라스틱 제품에 밀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배 씨가 만든 빗자루들은 사상생활사박물관에도 전시돼 있다.

배 씨는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직접 만든 것과 30년 전 만들었던 것 등 10여 자루를 기증했다.

이곳에서 매년 10월 빗자루 제작 강의도 열어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배 씨는 “빗자루 제작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직접 배우겠다고 했던 사람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나의 뒤를 잇는 사람이 생겨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씨는 현재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이다.

자신의 능력을 살리고 후대에 빗자루를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배 씨는 “나이가 들면서 빗자루 만드는 일이 힘들어져 자식들도 쉬라고 말할 때가 많다”며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빗자루처럼 계속 이곳에서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