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

법에 막힌 박재혁 의사 생가복원... ‘민간주체 때 국비지원’

금산금산 2018. 5. 4. 21:24

‘민간주체 때 국비지원’…

법에 막힌 [박재혁 의사 생가]복원



예산 부족 탓 추모사업 제자리걸음







- 김해영 의원, 부산시서 관계기관 회의
- 지자체 “주도적인 역할 힘들다” 방관
- 직계후손 없어 민간주최 찾기도 어려워
- 시 “부지매입 등 최소 30억… 국비 필수”



국내 항일투쟁의 횃불, 박재혁 의사를 추념하는 사업이 그의 고향 부산에서 좀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행정기관들(국제신문 지난 2월 28일 자 8면 보도)과 더불어

 ‘민간이 나서야만 국비를 지원’하는 현행 법률이 박 의사 생가 복원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이 부산시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2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 주최로 ‘박재혁 의사 생가 복원 정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



박 의사는 1920년 부산경찰서(현 남포동)에 폭탄을 던져 일본인 서장을 폭사시켰다.

체포된 뒤 옥중 단식을 벌이다 27세에 생을 마감했다.

오는 11일은 그가 순국한 지 97주년 되는 날이지만, 부산에서 추념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부산이 그를 잊고 생가터마저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시 차원의 생가 복원이 추진됐다.

그러나 최근 시는 “역사 고증 등 다양하게 사업을 검토했으나, 현행법상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2004년 7월 수립된 ‘국고보조금 정비방안’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박 의사 생가 복원 같은 현충시설 건립과 개보수 사업이 2004년 전까지 국가 예산이 투입돼 추진됐지만,

 법 시행 뒤부터는 ‘지방 이양 사무’가 돼 국가 보조금 지원을 못 받게 됐다.

예외는 있다.

기념사업회 등 민간이 현충시설 건립 지원을 위한 ‘계획서’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하면,

 심사한 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액은 부지 매입비를 뺀 총 사업비의 30% 수준이다.



시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민간 소유인 박 의사 생가터를 매입하고, 기념관 설립 등에 나서면 최소 3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시 추창식 복지서비스팀장은 “한해 시의 보훈사업 예산이 150억 원 정도고,

 이 중 100억 원을 보훈·참전 수당으로 지급한다.

현재 예산 사정으로는 단독 사업 추진은 무리고, 국가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당장 민간이 나설 수도 없다. 주최자가 없다.

박 의사는 젊은 나이에 옥사해 직계 후손이 없다.

이 때문에 그의 추념 사업을 위해 전면에 나서줄 민간기념사업회가 꾸려지지 않았다.

그가 졸업한 개성고(옛 부산상고) 동문회 차원에서 나서면, 특정 학교에 치우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결국 부산시와 동구의 의지 부족이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한다.

역사학계는 나석주·윤봉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로 평가하는데, 행정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진다”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생가 복원 등에 문화관광국이 나서기로 했다가, 돌연 지난 3월 업무 추진 조직이

 사회복지국으로 바뀌었다.

이날 부산시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해영 의원은 “박 의사는 전 국민이 추모해야 하는 위인”이라며

 “관련 현충시설 건립 등이 다시 국가사무로 될 수 있는지 등 법령 개정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