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39> 홍어
푹 삭힌 그 맛, 오감 자극 남도 잔칫상 '단골 손님'… 겨울 제철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내뱉는 푸념이다.
다시 말하면 홍어의 '거시기'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는 의미이다.
홍어는 암컷이 크고 맛있으며 수컷은 작고 맛이 떨어져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수컷은 가격에서도 암컷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수컷은 거시기 때문에 더욱 홀대를 받는다.
꼬리 양쪽에 돌출돼 있는 거시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나지 않으며
가시까지 붙어 있어 잘못 다루면 손을 다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뱃사람들과 상인들은 수컷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홍어 거시기는 그 중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항시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따라서 이 말은 우리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푸대접 받을 때 푸념조로 내뱉는 말이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또는 X)'라는 말은 '참 더럽다'는 푸념이 내포되어 있다.
겨울 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겨울, 코가 뻥하고 뚫릴 정도로 푹 삭힌 홍어는 남도 맛의 진수이다.
남도 지방에서는 '날씨가 찰 때에는 홍어 생각, 따뜻할 때는 굴비 생각'이란 말이 자주 오간다.
지금은 사계절 음식이 되었지만 홍어는 겨울이 제 철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남도 지방에선 가을 이후의 잔치에 삭힌 홍어가 빠지면 손님들은 차린 것이 별로 없다고 섭섭해 했다.
또한 남도 지방에서는...
바다의 발효 식품인 홍어와
육지의 발효 식품인 묵은 김치,
그리고 삶은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이뤄내는 맛의 조화를 일컬어 홍어삼합(三合)이라 부르며 그 맛을 기리고 있다.
홍어를 비롯한 모든 발효 음식은 공통된 특성이 있다.
한번 맛을 들이면 도저히 끊지 못하고 중독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삭힌 홍어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코끝을 찌르는 독한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한두 번 맛을 들이면
혀와 입, 코, 눈 등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자극에 매료되고
그 자극은 즐거운 고통이 되고 만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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