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아귀' 모습 흉측해도 맛은 최고!

금산금산 2012. 5. 6. 12:44

[수산물 테마여행] <37> '아귀' 모습 흉측해도 맛은 최고

예전엔 버리거나 거름으로…엄동설한 제철

 

 

 

 

 

 

 

 

 

아귀는 머리가 눌린 것처럼 폭이 넓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다.

생긴 모양이 워낙 흉측하고 못생겨 재수 없다고 여겨져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거름으로만 썼다.

잡히면 물에 바로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아귀의 입 바로 위쪽, 즉 머리 앞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가 있다.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변한 것으로 그 끝 부분이 주름진 흰 피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하는 것이다.

 

 

 

일명 '아귀의 낚싯대'라고 불리는 이 촉수를 이용해

아귀는 주변의 모래 색깔에 몸 색깔을 맞추고 고기들이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 통째로 삼켜버린다.

 

 

 

한번에 자기 체중의 30% 이상을 먹어도 소화에 전혀 문제가 없는

아귀의 대식성은  탐욕과 욕심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귀의 뱃속에는 통째로 삼켜버린 값비싼 생선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운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속담이 전해진 것이다.

 

 

 

또한 먹기는 많이 먹으면서 일은 도무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먹기는 아귀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거나

'아귀같이 먹고, 굼벵이같이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큰 놈은 두 자 정도이고,

모양은 올챙이를 닮아 입이 매우 크다.

입을 열면 온통 빨갛다.

입술 끝에 두 개의 낚싯대 모양의 등지느러미가 있어 의사가 쓰는 침 같다.

이 낚싯대의 길이는 4~5치(12~15㎝)쯤 된다.

낚싯대 끝에 낚싯줄이 있어 그 크기가 말꼬리와 같다.

실 끝에 하얀 미끼가 있어 밥알과 같다.

이것을 다른 물고기가 따먹으려고 와서 물면 잡아먹는다'고 아귀의 형태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아귀는 생긴 모습과 달리 맛은 다른 어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겨울 엄동설한이 제철로 무, 파 등의 야채와 함께 끓이는 아귀탕은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아귀의 검고 물컹물컹한 껍질을 씹었을 때는 묘한 감촉이 입안을 감싼다.

흰 고기 살은 담백하면서도 진미가 있다.

 

 

 

또한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에 뒤지지 않는다.

갓 잡아 올린 아귀의 싱싱한 간은 소금에만 살짝 찍어먹어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과 고소하고 담백한 맛,

 그리고 바다의 싱그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