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38> 복어
"목숨과 바꿀 만한 맛"
얇게 저민 '숙성 회' 씹을수록 담백해
복어는 그 맛이 뛰어나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 있는 맛',
마계(魔界)의 기미(奇味)',
'세계 4대 진미 식품' 등으로 예찬되고 있으며,
우리 인류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즐겨 먹었던 물고기이다.
복어는 첫 음절이 '복(福)'자와 소리가 같아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복을 불러 오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복어의 알과 간장, 혈액 등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숨어 있어 1㎎만 먹어도 죽음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생선이다.
목숨을 위협하는 강한 독성, 죽음과 바꿀 수 있는 맛,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팜므 파탈'(매력적인 악녀)같은 물고기가 복어이다.
중국에서는 수컷 복어의 뱃속에 있는 하얀 이리를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의 경국지색인 서시의 젖에 비유하여 서시유(西施乳)라 하며 절미(絶味)로 쳤다.
서시가 자기 조국이 오나라에 망해 오나라 왕 부차에게 끌려갔으나
부차가 서시의 천하일색과 색향에 빠져 결국 오나라가 망하고 마는 고사가 있는데,
복어 이리와 같이 천하일품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에는 항상 함정이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복어 요리의 절정은 복어 회다.
복어의 횟감은 활어를 그대로 쓰지 않고 어느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그래야 복어 본래의 맛이 더 깊어진다.
복어 회는 살을 얇게 발라내는데 묘미가 있다.
두껍게 썰면 조직에 들어 있는 콜라겐 때문에 질겨 씹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나 얇은지 접시에 담긴 복어 살점 너머로 단아한 청자 고유의 색상이 투영될 정도이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복어 회는 단순하게 말해서 무미무취의 맛이고 최고로 담백한 맛이다.
일반적인 회가 주는 관능적인 맛은 없다.
그렇지만 그 담백함 속에는 씹을수록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 숨어 있다.
그 맛에 한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지 못하게 되고 만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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