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36> 대구
입 큰 '바다의 황소'
겨울철 진해만서 산란하는 회귀성 어종
대구는 연어와 같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이다.
북쪽 오호츠크해에 서식하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발달하는 한류를 따라 동해를 거쳐 남해 쪽으로 내려오면서
암놈은 알을 배고 수놈은 정액 덩어리인 이리가 차게 된다.
산란기인 12월에서 1월께에는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찾아들어
암놈 한 마리가 200여만 개의 알을 낳는다.
그 산란지가 바로 경남 진해만이다.
산란기의 대구는 산란을 대비해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있어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거제대구' 혹은 '가덕대구'라 해서 최고로 쳤다.
따라서 대구는 궁중의 진상품으로도 빠지지 않았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는 각종 진상품의 목록을 적은 책인데
건대구, 반건대구, 대구어란해(알젓), 대구고지해(이리젓) 등이 포함돼 있다.
대구를 나타내는 한자어인 대구설(설)자는 고기어(魚)변에 눈설(雪)자가 붙는데,
눈 오는 겨울철이 대구의 성어기이고 가장 맛있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는 이름 그대로 입이 큰 물고기(大口魚)이다.
입이 큰 만큼 먹성도 대단해 청어, 명태, 가자미, 오징어, 문어, 새우 등을 통째로 먹어치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기 몸 크기의 3분의 2정도 되는 것도 그대로 삼키고 만다.
대구는 끊임없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래턱 밑에 잘 발달된 수염이 하나 있다.
이것은 감각기관으로 물이 흐려 먹이가 잘 보이지 않을 때 촉각으로 먹이를 찾는다.
우리 한국인의 입맛은 남다른 데가 있다.
소를 잡으면 먹지 않는 부위가 없고 조리방식도 굽고, 삶고, 찌고, 끓이고, 말리는 등
다양성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경남 해안지방 사람들에겐 대구야말로 '바다의 황소'다.
맛있고 버릴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비상한 조리방식이 많이 생겨났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구는 탕과 구이와 조림 외에도 배를 갈라서 아가미와 창자를 빼내고 말린 '통대구',
알이 든 놈을 입을 통해 아가미와 창자만 도려내고 소금을 넣어 말린 '약대구',
배를 가르지 않고 등을 갈라 뼈를 추려내고 머리도 함께 쪼갠 뒤 햇살에 말려 나중에 대구포로 먹는 '열짝' 등이 있다.
이밖에도 아가미, 알, 내장, 그리고 정액 덩어리인 이리로는 젓갈을 만든다.
대구를 즐겨 먹는 캐나다, 아일랜드 등지의 서구 사람은 머리를 잘라 버린다지만
우리의 미각에는 머릿살만큼 맛있는 부위는 없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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