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뚝지

금산금산 2012. 4. 6. 17:34

[수산물 테마여행] <33> 뚝지

겨울 알탕 '별미 중의 별미'

 

 

 

 

 

깊은 곳 살다가 동해 연안 이동해 산란

 

 

우리말에 '멍텅구리'란 말이 있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 즉 멍청이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멍텅구리란 말이...

본래 뚝지라는 물고기에서 유래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을 것이다.

 

 

 

물고기를 가리키는 단어가 어떻게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변했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뚝지라는 물고기의 속성을 이해하면 그런 의구심은 말끔히 가신다.

 

 

 

뚝지는 도치과의 바닷물고기로 동해안에서 베링해까지 널리 분포하며,

동해안에서는 뚝지라는 이름보다도 심퉁이, 멍텅구리, 도치, 싱튀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진 물고기이다.

큰 올챙이 같이 통통한 모습에 꾹 다문 큰 입은 뭔가에 심통이 잔뜩 나 있는 것처럼 보이고,

배지느러미가 변형된 흡반은 배에 빨판을 하나 붙여 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게다가 동작마저 굼뜨고 느리다.

그래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빨판으로 한 번 바위에 붙으면 웬만해선 떨어질 줄을 모른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잡은 뚝지를 실수로 바위에 떨어뜨려도 몸을 움직여 살 궁리를 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보다 모자란 물고기는 없을 것이다.

 

 

 

뚝지라는 이름만 봐도 이 물고기가 얼마나 무뚝뚝해 보이고 미련한 물고기인지 알 수 있다.

뚝지의 '뚝'은 뚝머슴, 뚝심, 뚝집 등에서도 보듯

무뚝뚝하고 미련하고 융통성이 없는 대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고 둔한 멍텅구리 뚝지는 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말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배의 앞과 뒷부분이 뭉툭하고 밑바닥이 평탄한 새우잡이 배를 '멍텅구리배'라 부르고,

 병의 목이 좀 두툼하게 올라와서 볼품없이 생긴 되들이 병을 '멍텅구리'라 부른다.

이는 각각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배, 바보처럼 양만 많이 들어가는 병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뚝지는 보통 수심 100m 이상의 깊은 곳에 서식하지만

산란기인 겨울철에는 연안으로 이동해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이때가 동해안에서의 어획시기다.

 

 

 

뚝지는 한 번에 약 6만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뚝지 알로 만든 뚝지알탕은 동해안 겨울철 별미 중의 별미라해도 과하지 않다.

 

 

 

큼직한 냄비에 고기와 알, 묵은 김치와 무를 썰어 넣고 끓여서 먹는다.

점점이 박혀있는 하얀 알을 한 숟가락 떠서 씹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은 묵은 김치를 넣어서 얼큰하고 시원하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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