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32> 문어
연체동물계 '꾀돌이'
무 넣고 삶아 레몬즙 뿌리면 연하고 쫄깃
문어(文魚)는 두족강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평상시는 바닥을 기지만 위험을 느끼면 물을 분사해
뒤쪽으로 재빨리 움직이며 동시에 먹물을 뿜는다.
문어는 잉크가 없었던 시절 그 대용으로 쓰였던 먹물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또 문어는 연체동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의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싸움을 한다면 척추동물의 지휘자는 인간이,
무척추동물의 지휘자는 문어가 될 것이라고 문어의 지능을 높이 평가하는 동물학자도 있다.
우주전쟁이나 많은 공상 과학소설에 문어와 비슷한 모양을 묘사한 것이나
이름을 문어로 한 것은 그만큼 두뇌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어권에서는 문어를 옥토푸스(Octopus)라고 하는데
이는 '8(octo)개의 발(pus)'을 가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정착성인 문어와 낙지는 발이라 부르고,
회유성인 오징어는 다리라 부른다.
발은 '밟다', 다리는 '달리다'와 연관된 말로 문어와 낙지의 발은 착 달라붙는 느낌을,
오징어의 다리는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문어는 구멍에 들어가길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단지에 가두어 잡는데 그 단지가 '문어방'이다.
문어방에 갇힌 문어는 그 속에서 자기 발을 뜯어먹으며 사는데
길게는 반 년 정도를 버티어 낸다.
이런 연유로 일제 강점기 때 홋카이도로 끌려가 철도공사와 댐 공사장의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한국인 집단 수용소 독방을 '타코베야' 즉 문어방이라 부른다.
즉 문어가 문어단지 속에서 자기 발을 뜯어먹고 버티듯이
독방에 강제로 감금돼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살지 않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문어는 잘 삶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90%는 성공이다.
잘 삶아야 부드럽게 씹히는 엷은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산 문어를 구입한 후 굵은 소금으로 빨판에 붙은 이물질이 씻겨나가도록 주물러 씻는다.
너무 오래 씻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문어의 체액이 빠져나올 수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씻어야 좋다.
삶을 때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문어 살을 한층 연하게 만든다.
썰어서 먹을 때 레몬즙을 뿌리면 쫄깃한 느낌이 더 살아난다.
문어를 보양식으로 식탁에 올릴 때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건곰'이 있다.
마른 문어와 북어, 홍합을 넣고 잘 끓이다가 조미료 삼아 파를 넣은 국인데
예로부터 노인이나 병후 환자의 기운 회복에 널리 애용됐다.
문어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이 제철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