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29> 도루묵
알 찬 암컷 '최고 별미' 10~11월 비리지 않고 담백·고소
도루묵은 차가운 물에 사는 어류로
우리나라의 동해, 일본, 캄차카반도, 사할린, 알래스카 등의 북태평양 해역에 분포한다.
주로 수심 200~400m의 모래가 섞인 바닥에서 서식한다.
등 쪽이 황갈색으로 일정한 모양이 없는 흑갈색 모양의 물결무늬가 있고
옆구리와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띤다.
9~10월에 동해에 떼 지어 나타나기 시작해 산란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산란기인 11월에는 알을 낳으러 물이 얕고 해초가 무성한 연안으로 모여든다.
애쓰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 헛고생을 했을 때 우리는 '말짱 도루묵'이란 말을 쓴다.
열심히 했지만 결국에는 모두 헛일이 됐다는 뜻이다.
도루묵은 원래 '묵' 또는 '목어'라고 불리는 동해에 사는 생선이었는데
조선시대 선조가 함경도로 피난을 갔을 때 한 어부가 '묵'이라는 물고기를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이 먹어보니 이 물고기가 너무 맛이 좋아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온 임금은 피난 때 먹은 은어(銀魚)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청했으나
그 맛이 예전과 달라 '도로 묵이라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민간 어원설이 전해온다.
하지만 정작 조선시대 정사에는 선조가 함경도로 피난 간 기록이 없다고 하니 정말 '말짱 도루묵'같은 얘기다.
따라서 그 임금이 '고려의 왕'이라는 설도 있고,
조선조의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충남 공주에 피신했을 때 있었던 이야기라는 설도 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도루묵은 소금구이, 찜, 찌개 등으로 조리된다.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인 10~11월 초순의 도루묵은 살이 오를 대로 오르고 기름지지만
비리지 않아 담백하고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 들어찬 암컷은 그 맛을 최고의 별미로 친다.
도루묵은 조선 초기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겨먹은 수산물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함경도의 토산품으로 소개돼 있는 은어(銀魚)가 도루묵이다.
오늘날의 은어는 은구어(銀口魚)라 하여 구별했다.
도루묵은 명태와 같은 한류성 어류로 명태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어민들 사이에선 '도루묵이 많이 잡히는 해에는 명태도 많이 잡힌다'는 속설이 전하는데,
도루묵 떼가 회유해 온 뒤에 꼭 명태가 뒤따라오는 습성을 잘 간파한 말이다.
그래서 함경도 지방에선 초겨울 도루묵 떼를 쫓아오는 명태를 '은어바지'라 부른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