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6> [불가사리] 빠트린 부분을 개제합니다!~ *

금산금산 2013. 6. 2. 09:25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6> 불가사리

바다의 하이에나, 끝을 모르는 식욕, 죽음의 포옹…환영받지 못하는 스타

 

남구 용호동 백운포 얕은 수심. 불가사리들이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고 있다.

- 파란바탕 붉은 점 토종 별불가사리
- 흰바탕 푸른 점 아무르 불가사리
- 배 중심잡는 밸러스트 수에 섞여
- 전세계 어디든 다니는 유해생물

- 작은 틈으로 위장 들이밀어
- 갑각류·어패류 가리지 않고 포식
- 바닥면 오염원 줄여주는 순기능도

   
별불가사리(왼쪽)와 아무르불가사리가 먹이경쟁을 벌이고 있다.
불가사리들은 못 먹는 게 없다. 오죽하면 불가사리를 두고 '천적이 없는 포식자'라 부를까. 혹자는 무차별적인 포식으로 수산자원이 황폐화되는 점을 들어 불가사리를 두고 반드시 없어져야할 백해무익한 존재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바닥면에 쌓여 있는 유기물과 죽은 바다동물까지 먹어 치워주기에 오염원을 줄여주는 순기능도 한다. 여름으로 치닫는 지금 번식기를 맞은 불가사리들은 더욱 왕성해진 식욕으로 포식의 향연을 펼친다. 부산 바닷속 불가사리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별불가사리와 아무르불가사리

   
히드라 촉수를 포식중인 불가사리
스타피시(starfish), 시스타(sea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극피동물 중 대표격이다. 세계적으로 1800여 종, 국내에는 100여 종이 살고 있는데 부산바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토착종인 별불가사리와 캄차카와 홋카이도 등 추운 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두 종이다. 파란색 바탕에 붉은 점이 있는 것이 별불가사리이고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 위에 얼룩덜룩한 푸른 점 무늬가 있는 것이 아무르불가사리이다.

육식성인 아무르불가사리는 물속에서 보면 소름끼칠 정도로 크다. 큰 놈은 길이가 40㎝에 이르는데 물속에서는 빛의 굴절 현상으로 실제보다 25% 정도 더 크게 보인다. 큰 몸집도 그러하지만 몸에 나 있는 얼룩덜룩한 무늬는 상당히 혐오스럽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 부산까지 온 것은 선박의 활발한 이동 때문이다. 선박은 자체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화물을 내리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채우고, 화물을 싣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버린다. 이때 바닷물과 함께 선박 밸러스트 탱크에 실린 아무르불가사리 유생들이 부산에 상륙했다.

아무르불가사리들은 부산뿐 아니라 배가 옮겨 다니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오죽하면 국제연합과 국제해양기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것으로 지정한 유해 생물 10종에 적조, 콜레라 등과 함께 아무르불가사리가 포함될까.

■불가사리의 먹이사냥

   
불가사리가 군소알을 포식하고 있다.
불가사리의 먹이 사냥 방식은 독특하다. 먹잇감을 찾기 위해 불가사리들은 다섯 개의 팔을 치켜든다. 각각의 팔에는 주변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안점이 있다. 방향을 결정한 불가사리는 먹잇감을 향해 다섯 개의 팔 밑에 있는 관족을 뻗쳐 바닥면을 기어간다. 먹잇감 가까이 다가간 불가사리는 천천히 관찰한다. 대개의 동물이 입으로 음식물을 먹어 위장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불가사리는 위장을 몸 밖으로 내밀어 먹잇감을 직접 흡수한다. 그런데 불가사리는 대상에 따라 포식방식이 다르다. 먹잇감이 홍합 같이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이매패류라면 팔로 완전히 감싸 안은 다음 팔 밑에 있는 관족의 힘으로 홍합을 압박한다. 조여 오는 힘을 견디지 못한 홍합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작은 틈을 벌리고 만다. 불가사리는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틈 사이로 젤라틴처럼 생긴 반투명한 위장을 밀어 넣어 소화효소를 뿜어내 홍합 속살을 녹여 흡수해 버린다.

   
별불가사리(왼쪽)와 아무르불가사리가 먹잇감을 가운데 놓고 포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는 관처럼 보이는 것이 불가사리의 관족이고 가운데 노출되어 있는 반투명한 막처럼 보이는 것이 위장이다.
불가사리가 노리는 대상이 물렁한 피낭으로 둘러싸인 멍게라면 공격방식이 더욱 흥미롭다. 혼자서 완전히 감싸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여러 마리가 협공한다. 멍게는 입수공을 통해 바닷물을 빨아들여 산소와 플랑크톤을 걸러내서 살아가는데 떼를 지어 덤벼든 불가사리들은 멍게를 겹겹이 뒤덮어 멍게의 입수공을 완전히 틀어막아 버린다. 불가사리의 공격을 받은 멍게는 한동안은 입수공과 출수공을 꽉 다물고 버티겠지만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숨이 가빠진 멍게가 산소를 구하기 위해 입수공을 조금이라도 여는 순간 불가사리는 그 틈새로 위장을 밀어 넣는다. 멍게는 입수공을 통해 침투해 들어오는 불가사리의 위장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방어선이 무너진 멍게는 그것으로 끝이다. 겹겹이 둘러싼 다른 불가사리들이 힘이 빠져 흐물흐물해져버린 피낭 곳곳에다 소화효소를 뿜어내 구멍을 뚫어 버린다.

   
사냥감이 부족한 바다에서 불가사리들은 해조류까지 먹잇감으로 삼는다. 해조류를 덮친 불가사리는 위장을 내밀어 해조류 엽상체의 양분을 흡수한다. 불가사리가 지나간 다음 해조류는 하얗게 탈색되어 죽고 만다. 가끔 통발에 잡힌 바다동물들을 포식하기 위해 통발 안으로 들어간 불가사리들을 보곤 한다. 통발은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인데 이곳에 들어간 불가사리는 통발에 잡혀있는 먹을거리들 때문에 행복할까? 얼마 지나지 않아 빠져나올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불가사리는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통발 안으로 일단 들어가면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다. 통발 안에 갇힌 불가사리들은 팔을 뻗쳐 그물을 움켜쥐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절규하는 듯 보인다. 자유가 없다는 것은 식탐이 강한 불가사리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일 거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영도구 중리 해안. 다섯 개의 팔에 있는 안점으로 멍게의 위치를 파악한 불가사리들이 관족을 뻗쳐 바닥면을 기어가 멍게를 겹겹이 뒤덮어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멍게 피낭에는 불가사리 위장에서 뿜어낸 소화효소로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불가사리가 조개를 포식하고 있다.
   
서구 송도 해안. 불가사리를 뒤집어 보니 먹다만 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먹을거리가 없는 바다에서 불가사리가 땅에서 버려진 야구공을 포식하고 있다.


 

불가사리가 성게를 포식하고 있다.


 

남구 용호동 이기대. 불가사리가 해조류를 포식하고 있다. 하얗게 변한 부분은 불가사리의 포식으로 시들어 버린 부분이다.

 

바닥면의 유기물을 먹고 있는 불가사리.
불가사리가 군소를 포식하고 있다.
별불가사리 한마리가 통발에 잡힌채 고둥의 공격을 받고 있는 베도라치를 포식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불가사리가 죽어서 부패하기 시작한 물고기를 포식하고 있다.


 

불가사리들이 사냥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


 

영도구 동삼동 해안. 통발에 갇힌 불가사리가 다섯개의 팔로 그물을 움켜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