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9> '허장자'와 '소머리 바위'

금산금산 2014. 2. 23. 08:18

부산의 [전설 보따리] <9> 허장자와 소머리바위

과객들 막으려 바윗부리 뽑은 부잣집 망해

 

 

부산의 8대 중 하나인 부산 금정구 회동동 동대와 용바위.

 

- 장소 : 금정구 회동동
- 손님 치다꺼리 힘든 며느리, 소머리바위 선돌 모두 부숴…

                           물길 바뀌자 가세 기울어
- 공덕산 수내마을도 유사 전설, 집앞 큰못 만드니 재산 사라져

고려 중엽회천마을(현 부산 금정구 회동동 일대)

김해 허씨가 크게 번성하여 큰 부자였던 허장자가 살고 있었다.

이 일대에 큰 감나무 뿌리가 있었고 기왓장 조각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허장자 집터는 명당 자리로 서쪽으로 앉혀져서

오륜대 쪽에서 냇물이 집 앞으로 흘러 들어오는데, 나가는 물길은

집에서보이지 않았다.

당시 동대(東臺·부산 8대 중 하나) 아래에는 '애기소'가 있었고

물길이 깊어 휘돌아 나갔다.


허장자는 화기산을 중심으로 꽃밭등과 석빙고 등에 얼음을 저장 관리하며, 부잣집 대가로 당당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그 마을 앞에 쇠뿔같이 생긴 두 개의 바윗부리선돌이 솟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소머리바위(지금 회동동 버스 종점자리)라 불렀다.


허장자 집 사랑채에는 과객이 그칠 날이 없었다.

하인들도 과객 치다꺼리에는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어느 날 어른들이 출타 중에 그 집 며느리가 시주받으러 온 스님에게 시주를 하면서

"과객이 너무 많이 찾아와 감당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우리 집에 과객의 출입을 끊을 수 있을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스님은 "방법이 없는 건 아니나 후회할 것인데…"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며느리는 안채에 들어가서 동전 꾸러미를 들고 나와서 시주를 하였다.

하는 수 없이 스님이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하고 재차 다짐하고는

 "저 앞산에 이 집을 보고 있는 소머리바위의 쇠뿔 두 개, 즉 선돌을 모두 뽑아 버리면 된다"고 하였다.


허장자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어른들 몰래 하인을 시켜 소머리바위의 바윗부리인 선돌을 모두 부수어 흔적을 없애버렸다.

그 후부터 허장자 집으로 들어오던 물길이 변해 집 안에서 보면 들어오는 물은 없고 나가는 물길만 보였다.

이때부터 그 후로 허장자 집은 해마다 가세가 기울어지니, 재산은 빠지고 집안 사람이 자꾸 병이 들어 허장자는 망하고 말았고, 과객들도 더 찾아오지 않았다.



비슷한 얘기로, 금정구 선두구동 공덕산 기슭수내마을 장자 부잣집 이야기가 있다.

이 집에도 과객이 너무 많이 와서 골칫거리가 되었다.

마님은 어떻게 하면 과객이 줄어들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나가는 도사가 장자 부잣집에 들르게 되었다.

마님은 도사에게 "과객이 너무 많이 와서 식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도사는 "좋은 방도가 있지요. 집 앞에 못을 파면 과객도 적게 오고 편안하실 것입니다"라고 일러 주었다.

이에 마님은 하인들과 소작인을 시켜 못을 파게 하였다.

집 앞 골짜기에 있는 논 한 마지기 만큼의 큰 못을 파니 하얀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이 일이 있은 후 과객은 끊어지고 3년 만에 장자 부잣집도 망해버렸다고 한다.

이곳의 하얀 새가 날아간 자리를 '새청못', 수내마을 뒤편 골짜기를 '새청골'이라 부르고 있다.

집에 오는 손님을 막으면 액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는 전설이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