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13. '감각'의 포착, '내면'의 성찰

금산금산 2014. 4. 9. 21:55

 

[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13.

 

감각의 포착, 내면의 성찰 / 정금희

색(色), 감(感)

 

▲ 지구는 마니차다

 

 

 

▲ 지구는 마니차다

 

 

▲ 지구는 마니차다

 

 

▲ 지구는 마니차다

 

 

▲ 지구는 마니차다

 

 

▲ 지구는 마니차다

 

 

 

 

 
정금희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1년에 두 번씩 중국 서부지역을 촬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지난 4년간 작업을 모아 두 번의 개인전을 치르고 사진집도 냈다.

그런데 올해 초 그녀는 다시 중국으로 향했고, 그 작업을 토대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중국 서부로 이끄는 것일까?

그 답은 아마 그녀의 사진 속에 있을 것이다.


정금희의 사진에서 주목할 것은 색(色)의 쓰임이다.

그녀의 사진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다양한 색채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사진은 순간을 포착할 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반응하는 정금희의 감각까지 포착한다.

아침 안개와 빛은 낮의 햇살은 물론이고 밤의 푸른빛과도 조화롭게 연결된다.

승려의 옷차림이나 돌에 새긴 부처의 형형색색 빛깔도 하나가 두드러지기보다 일관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이 분위기는 그녀가 감각적으로 포착한 이미지들이 그녀의 내면적 성찰과 합쳐지면서 생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금희의 사진에는 내러티브가 있다.

사진 한 장에서 다른 한 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바람에 날리는 룽다 아래 누군가가 길을 나서고 있다.

왼쪽으로 기울여진 앵글 속에 말과 함께 걷고 있는 그 사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체투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사람 앞에 가로 놓인 벽이 있다.

그 벽을 넘어서면 삶의 진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너머에는 부처가 있다.

정금희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색채에 주목하면서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간의 단면을 통해 삶의 기원(起源)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대사진의 주된 경향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개인적인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사진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세계관과 감수성을 사진으로 어떻게 잘 녹여내느냐

하는 것이다.

정금희는 다른 문화권 안에 들어가 자신과 이질적인 대상들과 마주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녀는 과감한 앵글과 프레임을 선택하고, 밝음과 어둠을 적절하게 조화시킨다.

그리고 뚜렷하고 정교한 초점과 심도 있는 배경을 느린 셔터의 동적인 느낌과 반복적으로 교차시킨다.

무엇보다 정금희 특유의 색채감과 조형성은 다른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느낌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바람과 땅 그리고 그 속의 사람은 사진 이전의 오래된 기억과 연결된다.

그녀의 사진이 관객과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다른 지역의
사회·문화적 전통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끌어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금희의 작업은 매우 현대적이다.

그녀는 중국 서부지역의 모습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에 관심이 많다.

넓고 황량한 땅, 기원(祈願)의 의미로 가득 찬 깃발들의 휘날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정금희는 대화하듯 대상에 접근한다.

그녀는 대상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대상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방식에 주목한다.

그녀의 시선이 또 어떤 곳을 향할지 기대된다. -끝-

 

글=이미정/사진평론가







정금희

◇약력=1968년 부산 출생. 부경대
대학원 미술학 석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학 박사수료. 개인전-'함시방'(2010년, 선샤인시티, 도쿄), BEYOND (2011년, 토요타아트스페이스, 부산) 등. 단체전- view re-view pre-view (2011년, 한벽원 미술관, 서울), HELP EARTH (2011년, 갤러리 이앙, 서울) 등 30여 회. 사진집-'BEYOND'(2011년, 류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