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
하늘이 점지한 왕후, 돌배(石舟) 타고 가야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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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산(지금의 보배산) 기슭에 위치한 흥국사 전경. |
- 장소 : 강서구 녹산동
- 즉위 7년 돼도 배필 없던 수로왕
- 신하에게 배를 맞이하라 명하며
- 인도 아유타국 공주 입국 예언
- 명월산에서 같이 밤을 보낸 뒤
- 신국·진국·흥국사 三寺를 세워
서기 42년 3월 3일 하늘에서 구지봉으로 금상자가 내려와 그 상자 안의 6개 알 중 1개의 알에서
어린 애가 나왔는데 세상에 처음 태어났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首露)라 하였다.
수로는 9척의 큰 키로 자라 그달 보름날에 왕위에 올라 금관가야의 임금이 되었다.
48년 나라를 세운 지 7년이 지나도 왕비가 없자 신하들이 왕비를 들일 것을 청하자
수로왕은 "짐이 여기에 내려온 것은 하늘의 뜻이고, 짐의 배필이 될 왕후도 역시 하늘의 뜻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하 유천간(留天干)에게 망산도에 가서 왕비가 될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맞이하라고 명했다.
실제로 허황옥 일행이 탄 배(石舟)가 적황색 깃발을 휘날리며 용원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천간이 봉홧불을 들고 일행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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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 극락전 내에 있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 |
망산도에서 서남쪽으로 300m쯤 떨어진 유주각(維舟閣)의 유주비에는
'대가락국태조왕비보주태후 허씨가 배를 맨 곳'이라 새겨져 있다.
유주비는 김해 김씨 후손들이 허황옥의 금관가야 방문을 기리며
세운 것이다.
허황옥이 오던 날 수로왕은 왕궁에서 서남쪽으로 60걸음쯤 되는
산기슭에 장막으로 궁실처럼 꾸며놓고 기다렸다.
허황옥은 가까운 산 언덕에서 잠시 쉰 후, 입고 왔던 비단바지를 벗어
폐백으로 삼아 산신께 제를 올렸다.
그리고는 여러 신하들을 물리치고 수로왕과 단 둘이 산으로 향했다.
황옥은 침전에서 수로왕에게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로 성은 허요, 이름은 황옥이며, 나이는 열여섯입니다"
라고 말한 후 "내가 바다 저편 아득한 남쪽에서 건너와 추한 용모로 존귀한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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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에 위치한 허왕후 유허비. |
이에 수로왕은 "나는 천생이 비범하여 공주가 멀리서 오시리라는 것을
알고 신하들에게 왕비를 맞아들이라고 청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이제 현숙한 분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나로서는 다행한 일입니다"라고
답했다.
이틀 밤과 반나절을 함께 보낸 수로왕과 허왕후는 타고 온 배의
사공 15명에게 각각 쌀 열 섬과 피륙 서른 필을 주어 본국으로 보냈다.
수로왕과 허왕후는 8월 초하룻날 정오쯤 왕궁으로 돌아왔다.
허왕후가 입었던 비단바지를 벗어 산신령에게 폐백 예물로 바치는 것을
본 수로왕은 그 신령함에 감동을 받아 그 명덕을 기려 산 이름을
'명월산(明月山)'이라 명명했다.
명월산의 암자 또한 명월사(明月寺)라 불렀다.
현재 명월산의 공식 명칭은 보배산이다.
이후 수로왕은 명월사를 크게 증축하게 하고 많은 토지를 사전(寺田)으로 하사했다.
이 덕분에 절이 크게 번창했고, 신도 또한 300명이 넘었다.
명월사에 속한 암자 또한 여러 개가 생겨났다.
수로왕은 명월산에 세 절을 세워 신(新)·진(鎭)·흥(興) 등 세 글자를 '나라 국(國)' 자 앞에 조합해
나라를 위해 축원하는 장소로 활용했다.
신국사(新國寺)는 세자를 위하여 산 서쪽 벼랑에 지었고, 진국사(鎭國寺)는 허왕후를 위해 산 동쪽 골짜기에
세웠고, 왕 자신을 위해 증축한 흥국사(興國寺)는 산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이를 삼원당(三願堂)이라 불렀는데 흥국사를 제외한 두 절은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고 옛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금 흥국사(부산 강서구 지사동 478)에는 명월사사적비(명월사 창건과 중창 내력)와
사왕석(수로왕과 허황옥 공주의 만남) 그리고 가락국태조왕영후유허비(허황후 유허비)가 있다.
허황옥은 본래 물을 다스리는 물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가락국에 불교 신앙이 크게 확산되면서 바다 멀리서 교역선에 실려
전해져온 남방불교와 관련된 인물로 추정할 수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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