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성 '동·서문 재건' 때 벌어진 얘기
사제간 석공, 동·서문 재건 각각 맡아 경쟁
가을단풍에 잠긴 금정산성 서문(2000년). 서문은 금정산성 4대 성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
- 장소: 금정구 금정동
- 야욕의 스승 웅장하게 짓고
- 제자는 정교·아름다움 살려
- 웅대한 동문은 견고함 약해
- 사제 합심 밀양 영남루 짓기도
국내 최대 산성인 금정산성(사적 제215호)의 성문은 지형의 고저(300~600m)와 계곡 및 하천을
절묘하게 활용해 외부로의 교통이 가능한 요지를 선정해 조성했다.
동문(1955년) |
금정산성 동문(해발 415m·금정동 산 41-2)은
산성 동쪽 고갯마루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성문이다.
1703년(숙종 29) 금정산성을 축조하면서 함께 조성했다.
이후 1824년(순조 24) 동래부사 오한원이 수리 축조했다.
동문은 동래 방면에서 산성으로 출입하는 성문으로서
관문의 역할을 겸했다.
비교적 큰 돌을 사용하여 견고하게 축조돼 있다.
개구부의 높이는 낮은 편이어서 사람이 말을 타고 통과하기가 어렵게 하였다.
이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낮춘 것이다.
진입로의 입구는 경사져 있어 성문보다 낮고 앞쪽에서 휘어져 들어오게 되는 지형지세를 이용했다.
이 또한 성문이 직접 눈에 띄지 않게 하여 적의 공격을 곧바로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성문의 형식은 앞면과 뒷면이
홍예식(虹霓式·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방식)으로 조성돼 있다.
성문의 좌우측은 만곡(彎曲)되게 내어 쌓아 나팔 모양을 이루고 있어 적대(敵臺)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성문 위에 성가퀴(몸을 숨기기 위해 성위에 낮게 쌓은 담)는 설치돼 있으나
총안(銃眼·성가퀴나 포사(砲舍) 안에서 적을 내다보고 총이나 활을 쏠 수 있게 한 구멍)은 설치돼 있지 않다.
금정산성 서문(해발 230m·금정구 금성동 133)은 금정산성 서쪽에 있는 조선시대의 성문이다.
4대 성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이 문을 통해 백성들은 낙동강과 구포, 김해 방면으로 왕래했다.
1824년(순조 24) 동래부사 오한원이 서문의 문루를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육축(陸築·성문을 축조하기 위해 무사석 등 큰 돌로 축조한 성벽)과 성문만 축조되고
문루(門樓)가 없었다.
성문 위에 지은 초루(譙樓)와 'ㄷ'자 모양으로 조성된 성곽은 그 모습이 견고하고 아름답다.
성문의 형식은 앞면과 뒷면이 역시 홍예식으로 조성돼 있다.
서문은 구릉지에 자리잡고 있어 적군의 침입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좌우에 적대를 설치했다.
수문은 대천천에 교량식의 홍예형으로 세 개의 수구(水口)를 마련했다.
그 모습은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동문과 서문 재건 때 벌어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하나 전해온다.
정현덕(재임 1867~1874)이 동래부사로 재임할 때다.
그는 두 성문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석공을 두루 수소문한 결과
결국 사제지간인 두 석공에게 성문 재건을 의뢰했다.
스승과 제자에게 각각 동문과 서문을 맡겨 서로 경쟁을 시켰다.
스승은 원래 야욕이 많아 웅대하게만 지으려했던 반면 제자는 기술을 앞세워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런 연유로 동문과 서문에는 사제의 특성이 담겨질 수밖에 없었다.
제자가 먼저 서문을 완공한 뒤 스승을 찾아뵈었지만 스승은 규모를 중시하다 보니 여태 성문도 달지 않았다.
동문은 서문에 비해 규모는 웅대하지만 견고하지 못해 결국 사제대결에서 제자가 이겼다.
지금도 서문은 당시 바른 틈새의 흙이 시멘트와 같이 단단하게 붙어 있을 정도다.
당시 스승은 제자의 뛰어난 기술을 시기하고 질투해 살해할 음모까지 꾸민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 스승을 미워했다 한다.
하지만 이들 사제는 각각 동·서문을 완공한 뒤 서로 힘을 합쳐 밀양 영남루 공사를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금정산성 동·서문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되었으나 현재 복원되어
조선시대 산성의 성문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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