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채워진 '황새알 우물'
황새도 날아와 목 축이며 노닐던 곳
부산교대 인근 황새알마을(옛 대조마을)에 위치한 황새알우물. |
- 장소 : 연제구 거제1동
- 최소 300년 넘은 공동 우물
- 미네랄 풍부해 수질대회 2등
- 주민 합심해 도로편입 막기도
- 요즘도 용왕님께 인사드려
예부터 우물은 정착생활을 위한 식수 해결의 필수 공간이었다.
만물의 생명력과 동시에 신성(神聖)과 정화(淨化)로 상징되는 우물은
재앙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공간으로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동래부지'(1740년)에 따르면...
'대조리(大鳥里)는 서면 관내에 있으며 동래부 관문(官門)에서 3리 거리에 있었다'고 적혀 있다.
대조마을은 지금의 부산교대 정문 일대와 십자산(46m) 동북쪽에 있던 마을.
18세기 조선 중기 땐 주민들이 야산 기슭과 저습지를 개간해 논밭을 일궈 20여 호를 이루며 살았다.
십자산 동북쪽 일대는 황새가 알을 낳아 서식한 곳이라 하여 학란(鶴卵· 황새알 또는 한새벌)이라 불렀다.
거학초등학교(1980년 개교) 일대는 소나무가 울창하고 정상에는 오씨묘 2기가 있었다.
묘등 주위는 덕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금잔디가 무성하게 자라 아이들이 즐겨 놀았다.
해서 덕석언덕이라 불렸다.
십자산 소나무에는 황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고 산아래 늪 주변에는 각종 야생초와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늪에는 물고기 등 먹거리가 풍부해 황새들은 이곳을 서식지로 삼아 알을 많이 낳아 황새알터로 알려졌다.
지금의 부산교대와 거학초등 중간쯤, 다시 말해 CU교대샘터편의점 옆에는
오래전 대조마을의 공동우물인 황새알우물(연제구 거제1동 253-7)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적어도 300년 이상 된 이 황새알우물은 지금도 샘물이 솟아 흐르고 있다.
옛날 황새가 날아와 입을 적셨던 원형의 황새알우물은 지름이 1m10㎝이고 깊이는 2질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 얕은 석조 우물이다.
바닥은 지하수층 물길이 암반의 풍화된 틈새로 석간수처럼 항상 일정량이 흐르고 있다.
암반이 풍화돼 마사를 통해 나오는 정화된 이 물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미네랄이 풍부해 물맛이 아주 좋다.
1947년 부산시가 부산 지역 우물을 대상으로 연 수질대회에서
이 황새알우물물이 2등(1등은 괴정우물)을 차지해 물맛 좋은 우물로 소문이 났다.
우물 앞 직사각형 돌받침대는 우물물을 뜨는 바가지를 놓는 받침대로 황새알우물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물이다. 그 뒤로 지면에서 원형 높이대를 설치해 두레박을 사용하게 하고 뚜껑을 만들어 놓았다.
대조마을 사람들은 우물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우물 고사(告祀) 등 마을 민속에 관심을 가졌으며,
우물의 변화는 하늘의 뜻이라 여기고 우물의 변화에 늘 긴장했다.
그들은 매년 정초 우물가에 제물을 차려놓고 한 해 동안 변함없이 깨끗한 물이 나오고
나쁜 병이 돌지 않게 용왕님께 빌고 또 빌었다.
마을사람들은 또 구장(지금의 통장 내지 반장)을 중심으로 합심해 1년에 두 번 우물치기를 했다.
1980년 당시 우물치기를 할 때 손수레 2대분의 흙과 돌멩이가 나왔다고 전해온다.
알고 보니 인근 거학초등학교 학생들이 퐁당퐁당 소리를 듣기 위해 돌멩이를 넣은 것이었다.
2005년 거학초등학교로 통하는 '교대로 24번' 길이 생기면서 황새알우물이
도로에 편입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당시 주민들이 우물살리기 운동을 벌여
보존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우물의 석간수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해 지면에 구멍을 뚫어 물이 흐르도록 하고,
주위에 꽃밭을 조성해 작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 유치원생들은 이 우물에 견학하러 오기도 한다
.
오래전부터 황새알우물물을 먹고 건강하게 자란 주민들은 지금도 용왕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있다.
역사성과 민속성을 두루 갖춘 유서 깊은 이 우물이 문화재로 지정되기를 기대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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