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물고기가 노닐던 '금샘'
부처님의 전령, 왜구 물리치고 절을 세우다
금정산 고당봉 동쪽 기슭에 위치한 금샘. 부산예총 회장이자 서양화가 송영명 씨의 작품이다. |
- 장소 : 금정구 청룡동
- 범천 세계에 살던 신성어족
- 금정산 내려와 자비 베풀어
- 부처님 원력으로 왜구 격퇴
- 의상대사 그곳에 범어사 창건
부산의 진산 금정산(金井山· 801.5m)은 호국의 얼이 서린
전설을 간직한 신령스러운 산이다.
금정산의 금샘(금정구 향토문화재 제1호)은
범어사(梵魚寺)에서 비전(秘傳)돼 온 생명의 원천 우물이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금정산은 동래현의 북쪽 20리에 있다. 산정에 바위가 있어 높이가 3장가량이다. 그 위에 우물이 있는데 둘레가 10여 척이며 깊이는 7촌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빛은 황금색이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그 우물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빛우물(金井)이라는 산 이름 '金井山'과 범천의 고기라고 하는 절 이름 '梵魚寺'를 지었다'.
이 문헌은 한결같이 이 산의 이름 '금정'이 '금어가 사는 금샘'이라는
금정암 위의 우물 암상금정(범어 3기중 1기)에서 유래된
영암(靈岩)이라고 이야기한다.
금샘은 고당봉 동쪽 해발 650m쯤에 위치한 암군의 동남단에 솟은
높이 10m, 둘레 7m 화강암 꼭대기에 절묘하게 위치한 우물이다.
포획암이 약한 틈을 따라 빠져나가 생긴 홈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빗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둘레 3m, 남북으로 1m50㎝, 동서로 1m30㎝, 깊이가 20㎝ 규모의
하트 모양이다.
금샘 물은 알려진 대로 샘솟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고여 우물을 이룬 것이다.
금샘 주위에는 낙동강에서 올라온 안개가 한낮에 햇빛의 열기로
데워지고, 그 열기로 데워진 바위가 밤이면 주변 수분을 빨아들이는
작용으로 물이 차게 된다.
예부터 범어사에서는
금샘에 물이 마르면 흉년이 들어 백성이 기근을 면치 못한다고 전해온다.
가뭄이 닥치면 백성은 우선 금샘이 마르지 않았는지 먼저 살펴보고, 금샘 아래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사방이 확 트인 풍광명미한 곳, 둘레의 곡선미, 물결의 금빛 파장은 불심의 오묘한 영험 끝에 빚어진
조물주의 또 하나의 예술품이다.
금샘은 범어사 대웅전과 대각선으로 연결돼 있어 하늘과 통하는 지심(地心)의 혈맥이며, 생명의 정화수로
불심을 받들고 호국의 정기가 서린 자연 에너지를 응축한 성지(聖地)이다.
하늘에서 오색구름을 타고 금샘에 내려와 놀았다는 금빛 물고기는 바로 우주 만물의 창조신으로서
사바세계를 주재하고, 불교의 수호신으로 보살의 존경을 받고 있는 범천왕이 계신 세계에서 내려온 물고기이다. 이 금빛 물고기는 신성어족의 계열로 이 물고기가 내려와 논 장소는 성역이라 생명의 원천
혹은 창조의 모태인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성소(聖所)였다.
여기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는 부처님이 베푸는 그 자양으로 지상에 내려와 영원한 자유와 평등을 건설하고자
하는 자비의 전령이니, 범어사도 그 진리를 수호하는 사찰로 해석해도 크게 잘못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범어사창건사적기'(1746년)에 따르면 금샘은 신라 때 불력으로 왜병을 막는 호국의 성소 현장이었다.
신라 문무왕(재위 661~680)은 꿈에 신인이 나타나 '금샘에서 의상 대사와 함께 화엄신중을 독송하면
왜병을 격퇴할 것이다'라고 하고 사라졌다 한다.
아침이 되자 왕은 의상 대사와 함께 금샘에 가서 7일 밤낮 동안 화엄경을 독송하니
부처님 원력으로 10만 왜병이 물러갔다 전해온다.
금샘은 신비하고도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억겁의 세월을 담아왔다.
금샘으로 인해 범어사가 세워진 것만으로도 이 우물은 전설이 아닌 실존이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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