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척판암'에서 던진 판자

금산금산 2015. 4. 25. 10:23

척판암에서 던진 판자

 

 

 

 

신통력으로 中 승려 1000명 구한 원효대사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불광산(佛光山) 척판암 현판(사진 위)과 전경. 불광산은 현재 국토정보지리원에서 펴내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60봉으로 표기돼 있다.

 

 

 

 

- 장소 : 기장군 장안읍
- 불광산서 좌선 중 천안통 발휘
- 中 운제사 절체절명 위기 감지
- 생명 은인 원효 찾아와 가르침
- 모두 성인이 됐다 하여 '천성산'


불광산 토굴에서 가부좌를 튼 채 좌선에 들었던 원효 대사(617~686)는 갑자기 혀를 차며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이것 참 큰일 났는 걸, 어서

서둘러야지.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다치겠구나"라고 혼잣말로

되뇌었다.

원효는 고개를 들어 천안통(天眼通·중생의 생사고락과 세간 일체의 일을 자유자재로 뚫어볼 수 있는 신통력)으로 북녘 하늘을 보니 중국 종남산 운제사(雲際寺)에서 승려 1000명이 예불을 드리고 있는 대웅전의

대들보가 썩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절체절명의 사태를 빨리 알리기 위해 원효는 옆에 놓여 있던 판자에다

 '해동원효척반구중(海東元曉擲盤救衆)'이라는 여덟 글자를 적어

북녘 하늘로 힘껏 내던졌다.

 판자는 곧장 종남산 운제사로 날아가 대웅전 앞뜰 위에서 윙윙거리며

공중에 맴돌았다.

막 예불을 마친 승려들은 신기한 이 광경을 구경하려고 모두가

재빨리 대웅전 앞뜰로 나왔다.

 그 순간 '우르릉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대웅전이 폭싹 무너지고

공중을 윙윙거리며 맴돌던 판자도 땅에 떨어졌다.


'해동에 있는 원효가 판자를 던져서 대중을 구하노라'라고 씌어진

여덟 글자를 읽은 운제사 승려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부처님같이 대단하신 성인인 신라의 원효 대사임을 알게 되었다.



장안성 내 있던 1000명의 승려들은 회의 끝에 신라의 원효 대사를

찾아뵙기로 했다.

그들은 육로와 해로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신라에 도착해

작은 토굴에서 원효 대사를 만나뵙게 되었다.


1000명의 스님들은 이곳에서 원효 대사의 오묘한 법문과 가르침을 받고서 모두 성인(聖人)이 되었으며, 이들은 고국으로 끝내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열반(涅槃)했다.

열반에 이른 스님의 육신들은 저절로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이후 사람들은 이 산을 1000명의 성인들이 나왔다는 의미에서

천성산(千聖山)이라고 불렀으며, 천성산의 바위들은 모두가

그 성인들의 변신이라고 믿게 됐다.



원효 대사가 판자를 던져서 중국 종남산 운제사의 1000명의 승려들을

구한 장소는 '던질 척(擲)' 자, '널빤지 판(板)' 자를 써

암자 이름을 척판암(擲板菴)이라 하였다.


척판암은 지극한 원력으로 기도를 드리면 불보살(부처와 보살)과

원효대사의 가피력(加被力)을 입고 소원 성취가 이뤄진다고 널리 알려져 전국에서 적지 않은 신도들이 찾고 있다.

 

 

이 전설은 원효 대사의 화쟁사상이 중국이나 일본의 불교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원효 화쟁사상의 총서 격인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이 인도로 전해져 진나계에 의해 범어로 번역되기도 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1000명의 승려들이 원효 대사의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첨가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천성산과 원효의 전설이 또하나 전해온다.

어느 날 제자들이 밤길을 걷다가 칡넝쿨에 걸려 넘어져 발목을 삐고

무릎을 다쳤다.

원효 대사는 이 산의 신령께 부탁을 했다.

"산신령님, 제자들이 산길을 걷다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선처를 바랍니다."

그 뒤부터 천성산의 칡넝쿨은 옆으로 뻗지 않고 위로만 꼿꼿하게 자란다고 전해온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