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부산 컬처로드 연다] 3부 '안창마을'

금산금산 2015. 4. 19. 11:50

안창마을

 

 

 

 

 

관광 그 너머, 안창만의 '지역色·개성 입히기' 고민할 때

 

 

 

 

 

▲ 안창마을(왼쪽 사진) 전경. 신발의 안창처럼 패인 분지 안쪽에 자리 잡았다고 해서 안창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전에 호랑이가 출몰한 지역인 점을 실마리로 호랑이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오른쪽)을 가꿔가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50년대엔 전쟁이, 80년대엔 자본이 이들을 위로, 또 위로 올라가게 했다.

여기까지 용케 왔다.

신발의 안창처럼 패인 분지 안쪽에 자리 잡았다고 해서 안창마을이다.

60년대 신발 공장에서 안창을 뜯고, 재봉하며 우리 동네이름도 '안창'이었다고 생각한

이들의 아들과 딸들이 이곳에 산다.
 


동네 위의 동네, 안창마을은 도시철도 1호선 범내골역 5번 출구 앞에서

29번 버스를 타고 15분 가량 올라가면 닿는다.

범곡교차로에서 만리산 체육공원을 넘어 굽이굽이 올라가야 한다.

이 굽잇길에 있는 주택가는 대부분 오래되었고, 일부는 50~60년대 지은 가건물 그대로다.

부산시내 대부분 땅이 그렇듯 이 일대도 재개발이 추진되다가 번복되기를 반복했다.

부지매각에, 업체 선정까지 된 적도 서너 번.

하지만 굽이굽이 올라가야만 하는 땅을 두고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새로 짓지 못했다.

 

 




■ '짓자'에서 '살자'로

50년대에는 일단, 살아야했다.

바다를 매립해 집을 지었고, 산으로 올라가 판자를 깔았다.

80년대는 일단, 지어야했다.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야 좋은 동네라고 인정받았다.

허물고 짓고, 허물고 또 지었다.

그렇게 낡고 오래된 것을 무너뜨리는 데 익숙해졌다.

 

 



벽화·오색빛깔 공방·문패 도자기…
마을 변화바람 거센데 행정 벽 막혀
'한 지붕 두 개 區' 복지·외양 이질감
경관 개선 '판에 박힌 르네상스'보단
이웃 대학과 공생 프로그램 힘 쏟아야

 

 


지난해 10월 주민들은 재개발에 관한 투표를 시행했다.

69.3%의 비율로 재개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언젠간 개발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한풀 꺾였고, 그에 따라 하나로 묶여있던

필지를 가르는 작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가장 먼저 도시가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마을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도시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

1975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안창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바위를 깨서 가져와 도로를 만들었다.

길이 필요하면 주민이 직접 만들어야 했다.

관에서는 품값으로 보리와 밀가루를 배급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길을 보리 밀가루 도로라고 부른다. 



그렇게 도로가 닦이고 돈을 좀 번 주민들은 높은 안창마을을 떠나 시내로 이주했다.

마을에 학교가 없어 고등학교를 다니려면 시내로 나가야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갔다.

재개발의 바람이 몇 번 불었다.



2009년부턴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었다.

처음엔 산동네 이미지를 벗자는 목적이었다.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로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가꾸었다.

그러다 감천문화마을이 벽화마을, 부산의 산토리니로 자리 잡았고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 모델은 성공사례가 되어 산복도로 마을 전반의 롤모델이 된다.

 

 


■ 행정의 선긋기, 한 끗 차이였다

안창마을은 범내골, 범일 등 지명에서 나타나듯 이 일대가 과거 호랑이가 출몰했던 곳이라는 것에서 착안해

호랑이전통 오방색을 마을의 테마로 잡았다.

마을 입구에 '오색빛깔 공방'을 열어 산복도로 투어버스를 탄 관광객이 들러

천연염색과 문패 도자기 만들기를 배운다.

관광 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전통 혼례 방법을 배워 이를 재현해 보여줄 예정이다.

1년이 넘어가면 빛이 바래 꾸준히 관리를 해야하는 벽화도 마을 협의회 이춘웅 회장의 노력으로

부산항만공사와 KT 등 시나 구가 아닌 다른 지원의 창구를 찾아 꾸준한 관리와 협력을 약속 받았다.

 

 

안창마을회관 앞에 있는 호랑이 조형물(사진 위)과 벽화가 그려진 마을 골목(사진 아래). 정대현 기자

 

 

마을이 변화해 가는 데, 행정구역의 벽에서 턱하니 걸리고 만다.

안창마을은 크게 보면 하나의 마을이지만 호개천을 중심으로 부산진구동구로 나뉘어진다.

예전에는 주소 상의 나누어짐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창마을에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이 들어서고,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동구청의 주력사업이 되면서

집의 외양이, 세세한 복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골목길 재생사업, 벽화, 공터 복원은 동구 범일4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 3층에 있던 목욕탕이 안전 문제로 문을 닫자

복지관에서는 주민들에게 다른 대중 목욕탕을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했다.

복지관 목욕탕은 부산진구와 동구 가리지 않고 안창마을 주민이면 다 이용할 수 있었지만

사설 목욕탕 쿠폰은 동구 주민에게만 지급된다. 



부산진구는 호개천 축대를 보수하는 환경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곳에 오래 살았던 역사와 마을의 모양을 생각하지 않고 하천을 따라 행정구역을 나누었다.

한 줄로 나누었을 뿐인 데, 하나의 마을이 두 개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 관광, 그 너머를 생각해야

감천문화마을이 성공하자 동구청, 부산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비슷한 여러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

여러 곳의 지원으로 마을에 활력이 돌자, 주민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렇지만 모든 산복도로 마을에 다른 테마를 부여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6년차, 벽화마을, 관광객 유치를 넘어선 마을 만들기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창마을은 지리적으로 동의대학교 기숙사와 맞닿아있다.

학생과 교직원이 종종 오리고기를 먹으러 마을을 방문한다.

동의대 후문을 안창마을 방향으로 만들어 차와, 사람이 오가게 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행정구역상 동구와 부산진구로 갈라져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단순히 학생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학과 대학생이라는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살펴볼 수 있다.


동의대 윤지영 교수는 지난해 안창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7월부터 10월까지, 학생들과 함께 마을 이야기를 채록하고, 시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윤 교수는 "안창마을에 있는 빈집을 개보수해 셰어하우스의 형태로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싸게 임대해주고, 학생들은 마을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학과, 미술학과 학생들이 빈집을 작업실로 활용하고

그 몫으로 마을에서 연주회나 전시회를 여는 방안도 덧붙였다.

이러한 방법들로 학생들과 주민들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마을주민은 고령화되고, 관광객으로만 마을 전체를 순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마을이 감천문화마을이 될 수 없다면 각각의 마을들은 각자의 특색으로 관광,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공동기획 ·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