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도예촌'에 [세계 영화인]이 몰려든다고?
촬영·기술 지원·숙박시설… 한 상에 차리는 '영상 인프라'
▲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외관.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
2013년 개봉해 934만여 명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열차 내부 장면이 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대부분 체코에서 촬영됐다.
체코의 풍경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체코까지 가서 영화를 촬영해야 했을까.
영화 세트인 열차 4량이 들어가는 촬영 스튜디오가 한국에선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00m에 이르는 체코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열차 4량 세트가 들어섰고
한국 배우와 감독, 스태프, 할리우드 배우들이 모두 집결해 3개월간 '설국열차' 촬영을 진행했다.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 전경(위)과 스튜디오에서 영화 '설국열차'를 촬영하는 모습. CJ E&M 제공 |
영화진흥위 글로벌 스튜디오
기장도예촌에 건립하기로 결정
대형 실내 스튜디오·야외 촬영시설
디지털센터에 의상·소품 창고까지
영화 촬영 관람 시설·체험관도 추진
동부산관광단지 시너지 효과 기대
아시아 국가들과 영상 인프라 경쟁
부산만의 차별성 살리기 과제 남아
영화의 제작 규모가 커지며 이제 대형 스튜디오는 영화 촬영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세계가 앞다투어 대형 스튜디오를 짓고 있으며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세계 영화계를 상대로
뜨거운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아시아 영상 중심도시 부산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부산으로 온 영화진흥위원회의 글로벌 스튜디오가 마침내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 부지 내로 결정되었다. 지난 23일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기장군이 '글로벌 영상 인프라 건립사업 업무협약'을
맺으며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고, 영화도시 부산의 10년 숙원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 어떤 모습일까
기장도예촌에 들어설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는 전체 규모가 2만 9천366㎡이다.
핵심 시설인 대형 실내 스튜디오 2개 동(1천700평, 700평)과 야외 촬영시설을 비롯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각효과, 음향효과, 첨단영상이미지를 구현할 디지털센터 등의 기술 지원 시설이 들어오며,
세트와 의상, 소품을 제작, 보관하는 대형 창고도 각각 한 개동씩 지어진다.
세트와 의상, 소품 창고는 영화 촬영 유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배우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촬영된 독일 베를린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는
50만 벌의 의상이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튜디오 여건뿐만 아니라 세트와 의상, 소품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
독일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는 짧은 시간 내에 유럽의 영화 촬영 메카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에는 촬영 이외의 부분을 지원하는 시설도 있다.
회의실과 식당, 편의시설, 운영지원센터와 100명의 영화 스태프를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그것이다.
짧은 기간 내 촬영을 끝내려는 최근 영화 시스템을 고려하면
스튜디오 옆 숙박시설은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들어선다.
야외 촬영 세트장을 찾은 이들이 영화 촬영을 볼 수 있도록 관람 시설을 만들 계획이며
영화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도 운영한다.
또 영화 촬영이 끝난 야외 세트를 그대로 활용해 테마파크로 활용할 생각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지만, 정작 예전 국제시장을 고스란히 재현한 기장의 영화 촬영 세트는
보관할 방법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철거한 이야기는 영화계에서 유명하다.
만약 국제시장 영화 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테마파크로 활용했을 것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내 한류 인기를 고려하면, 영화 촬영 관람과 영화 테마파크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관광객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다.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 김광회 국장은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는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 할리우드 옆 비벌리힐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한 것처럼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를 통해 부산판 비벌리힐스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지난 2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글로벌 영상 인프라 건 립사업' 업무 협약식 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
■ 부산 글로벌 스튜디오 갈 길이 멀다!
기장도예촌에 들어올 글로벌 영상 인프라는 2017년 착공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가동되기까지 4년이나 남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 나라가 이미 대형 스튜디오를 완공해 촬영 유치에 뛰어들었다.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의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는 영국 파인우드 그룹과 손잡고 1천473억 원을 들여 남부 조호르바루 지방에 1만 1천519㎡ 규모의 파인우드 이스칸다 말레이시아 스튜디오를 지난해 완공했다.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해 디즈니, 마블, 007시리즈를 촬영한 유명 스튜디오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80만 달러 이상 자국에 돈을 쓰는 영화사에 대해 사용비의 30%를 돌려주는 정책을 실시하며 로케이션 유치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베트남도 2천200억 원을 투입해 하노이 외곽에 1만 2천㎡ 규모의 콜로로아 스튜디오를 짓고 있다.
중국 항조우 외곽에 위치한 헝디안 스튜디오는 촬영 관련 규모만 49만 5천995㎡로
이미 한국의 여러 촬영팀이 이용한 곳이다.
중국의 최대 부동산업체 다롄완다그룹은 칭다오에 세계최대규모의 영화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여기에 글로벌 촬영 스튜디오가 핵심 시설로 들어올 예정이다.
스튜디오 규모만 따지면, 아시아에 이미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를 압도하는 촬영 시설들이 지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글로벌 영상 인프라가 가진 강점도 있다.
현재 촬영 스튜디오 두 동을 운영 중인 부산영상위원회 배소현 제작지원부장은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영화기술과 영화 인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중국 영화계는 한국 감독과 작가를 향한 러브콜이 대단하다.
또 한류바람을 타고 영화 촬영지로 한국에 대한 선호가 높다. 부산 영상위에도 중국 촬영팀의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 항구를 비롯해 산, 바다 등 로케이션 입지가 좋아 부산 영상 시설의 차별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중국 영화계를 향한 맞춤 마케팅과 아시아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향한 타깃 마케팅을
동시에 전개하고, 부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부산 글로벌 영상 스튜디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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