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감사할 일' 세가지...
소크라테스와 견줄 수는 없지만 나도 특별히 세가지를 고맙게 여기며 산다고 내세우던 것이 있었다.
그 첫째는 바다가 있는 도시 부산에 산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와 보고 싶어하는가>> 그런데 나는 바로 그 도시 안에 살고 있었다.
때로 답답하고 힘겨울 때 조금만 움직이면 넓고 푸른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부산에 산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에 산다해도 교통이 불편하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데 자동차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셋째는 본당을 맡고 있는 신부라는 점이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할 땐 조금쯤 시간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푸근하고 자유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엔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감사하는 마음을 영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뿌듯하고 흡족하지가 않다.
직책이 바뀌어 시간의 여유로움을 맛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부산의 환경 조건도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굳이 전문적 분석에 기대지 않더라도 우리는 바다가 더러워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곳곳에 널려진 쓰레기에 늘 뿌옇게 떠나니는 기름층,싱그러운 해초냄새 대신 풍겨오는 비릿한 하수구 냄새 등.
정말 우리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아니 우리 모두는 바다를 죽이고 있다.
하늘 두려운 줄도 모르고 스스로 주인이요 제일이라 생각하며 자만에 빠져버린 우리 인간들은
이 땅을,이 바다를,우리 삶의 보금자리를 마구 헤집고 더럽히며 짓이기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이나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 를 외칠는지,언제쯤이나 정신을 차리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삶의 거리를 바르게 가꿀는지,.
이제는 세가지 감사대신 세가지 부끄러움을 앞세우며 살아가야 할 모양이다.
전국에서 제일 더러운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부산에서 산다는 것과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사람들의
환경 파괴를 막지 못하는 무력함과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환경 오염에 한몫을 거들며 살고 있음을 말이다.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홍보국장>
김승주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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