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마을'에서 '까치고개'까지...
'미로골목' 헤매다 하늘 닿았네…부산판 티베트
어떤 각도에서 어떤 마음으로 보는가에 따라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의 위쪽에서 아래를 굽어보고 찍은 사진이 마치 티베트의 어느 마을처럼 아련하고 신비하다. |
- 전국구 명소 된 감천문화마을
- 시끌벅적하게 즐겼다면
- 발길 뜸한 까치고개쪽으로
- 고즈넉함은 또다른 묘미
감천문화마을 입구는 평일임에도 사람이 북적인다.
국내외 수많은 매체에 소개되었고 TV 예능 프로에까지 등장하면서 전국에서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방학이라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도 많다.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 방문객도 많이 찾을 만큼 부산 명소가 되었다.
입구 바로 오른쪽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 보면 마을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청춘남녀와 방문객들이 셀카놀이에 바쁘다.
카페, 선물가게, 분식점이 이어진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벽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어린왕자 조형물은 인기 있는 촬영 포인트다.
■ 감천마을을 지나서
까치고개를 넘다가 빨랫줄에 걸린 오징어를 만났다. 도레미파솔라시…. 오징어가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 같다. |
감천문화마을의 속살을 보려면
역시 종횡으로 이어진 골목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가난했던 삶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골목 위쪽에 서면 앞집 옥상이 바로 눈 밑이다.
옥상에는 옹기종기 장독, 알록달록 빨랫감 풍경이 참 정감이 간다.
골목 모퉁이에 붙은 구멍가게에서
유명한 부산 어묵을 먹는 가족 방문객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 속에서 밖으로 보는 풍경 또한 새롭다.
골목 사이로 살짝 보이는 파란 하늘과 옥상 빨랫감이 골목 속 음영과 절묘한 대비를 자아낸다.
따뜻한 양지 녘에 모여 이바구 꽃을 피우는 할머니들은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함도 있을 터인데
편안하게 방문객을 맞아주신다.
■ 까치가 많았던 고개로
까치고개는 부산 서구와 사하구를 가른다. 까치고개 인근 마을의 집에 그린 벽화가 정겹다. |
감천문화마을을 다 보았다면 아미동과 까치고개 쪽으로 발길을 옮겨보라. 감천문화마을이나 비석마을이 이미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아미산 아래를 두르고 있는 달동네 마을부터 까치고개까지 공간은 덜 알려져 있다.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버스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 언덕배기에 낡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그곳을 말한다.
일단 골목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두 사람 비켜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은 미로 찾기나 다름없다.
5분여 올라가자 어김없이 작은 집들이 나타난다.
낡은 벽과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은 이곳 사람들 삶의 단면과도 같아 보인다.
손바닥만 한 봉창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양지녁에 앉아 손톱을 깍는 무념무상 표정의 아저씨도 만났다.
텃밭에는 불상치, 시금치나물, 쪽마늘을 심었다.
그 골목을 타고 산허리 위쪽으로 계속 오르다 보면 까치고개가 나타난다.
과거 이 일대는 천주교 화장장과 묘원이 있던 곳이다.
장례를 치르면서 위령제가 자주 열렸을 것이다.
제에 사용한 음식물을 먹기 위해 까치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까치고개라고 전한다.
■ 달동네의 어여쁨을 만나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서구 아미동과 사하구 괴정동이 나뉜다.
고개를 넘어가면 깨끗하게 지은 까치마을 행복센터가 나타난다.
언덕배기에 대여섯 채 낡은 집이 모여 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칙칙한 집들이 밝은 풍 벽화로 옷을 갈아입어서인지 화사하다.
옥상 빨랫줄에 걸린 오징어 몇 마리가 오선지 음표 같다.
작은 마을을 뒤로하고 괴정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낡은 집이 계속 나타나고
그 사이로 골목 또한 끝없이 이어진다.
부산은 평지보다 산이 많다.
그 산을 끼고 생긴 집들이 오늘날 달동네들이다.
가난의 상징인 달동네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고 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는 개발과 보존에 대해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포토스페이스 중강 대표
아미산 아랫동네에서 한 주민이 마당에 나와 손톱을 깎는 한적한 풍경. |
감천마을 전망대 조형물. 사람이 풍경과 하나가 된다. |
'부산 이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설의 공간Ⅱ[현대사와 부산의 장소성] '부관페리' (0) | 2015.07.18 |
---|---|
[부산 매력 공간]붉은 동백 진 자리에 봄이 온다 (0) | 2015.07.15 |
[이야기 공작소]부산의 뿌리 '얼쑤' 동래- 동래읍성의 푸른 이끼 (0) | 2015.07.11 |
역설의 공간Ⅱ[현대사와 부산의 장소성] '부마항쟁' (0) | 2015.07.11 |
[부산 매력 공간] '등대', 다른 세상 넘나드는 경계 (0) | 201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