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못지않은 부산 노인'이 입을 여니…
"노인이 이해가 안 간다고? 니 늙어 봤나, 나는 젊어도 봤다"
▲ 지난 3일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의 수다'가 열렸다. 왼쪽부터 문승숙, 권흥순, 류충근, 황창수, 이영애, 류정근, 이수귀 씨. 김경현 기자 view@ |
궁금했다.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어르신들의 속마음은 어떨지.
지난 3일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 2층 회의실에서 '노인들의 수다'가 열렸다.
노인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소변 참기 힘든데 공중화장실 적어
급정거 잦고 승·하차 위험한 버스
제발 노인들 좀 배려해 줬으면…"
"먹고살기 바빴던 게 우리 노인들
소통 기술 배우고 몸 관리 잘 해서
이제 '노인 짓' 아닌 '어른 짓' 해야"
이날 권흥순(72·여), 류정근(72), 류충근(67), 문승숙(81·여), 황창수(68) 씨와
노인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이수귀(63·여), 이영애(59·여) 씨가 수다에 참석했다.
김수영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
황창수=지하철 경로석을 없애야지. 경로석이 따로 있어 젊은 애들과 얘기할 수가 없어.
좌석 중간에 경로석 만들면 젊은 애들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잖아.
류충근=경로석 없애는 데 찬성! 경로석을 중간에 둔다면 노인들도 깨끗이 씻고 몸 관리 잘할 거야.
고령자의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중요하지. 물론, 젊은이들 인성 교육도 강화해야 하고.
이영애=노인이 신체·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노인이 같은 노인은 물론 아이들도 배려해야 존경받아요.
문승숙=골목에 쓰레기 보면 내가 주워. 복지관 마당에도 컵이나 휴지가 많아.
내가 다니면서 쓰레기통에 넣지. 나이 든 사람이 먼저 나서야 해.
류정근=우리가 '노인 짓'이 아닌 '어른 짓'을 해야지.
솔직히 우리 세대는 협력과 소통에 대한 교육을 못 받았지.
먹고 살기 바빴어. 노인들이 고집이 있고 남의 말을 잘 안 듣지.
이수귀=노인들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기술을 갖춰야 해요.
-일상에서 불편한 점은
이수귀=연세 드신 분들은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 충격으로 대퇴골에 탈 나면 큰일입니다.
기존 아파트의 문턱을 없애고 화장실도 노인 친화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노인분들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손잡이도 있어야 합니다.
류정근=걷는 것을 좋아해 밖에 자주 나가는 편이지.
그런데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사회가 나이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잘 몰라.
나이가 들면서 소변 참기가 쉽지 않아.
황창수=노인 건강을 위해 운동 공간이나 쌈지공원이 많아졌으면 해.
노인들이 젊은 시절 서서 일하는 경우 많아서 하지정맥류를 많이 앓고 있어.
그런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치료비가 수백만 원에 달해.
보험혜택이 필요해.
-교통여건에 대한 의견은
이영애=버스와 인도 사이의 높이를 줄여야 해요.
버스가 인도와 많이 떨어져서 정차하면 노인들이 힘들어합니다.
저상 버스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높이 차이가 커요.
노인들이 급하게 내리다 다치는 경우가 있어요.
이수귀=버스 기사들이 급정거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시간에 쫓기는 것을 알지만, 노인을 위해 좀 더 부드럽게 운전해줬으면 해요.
류정근=횡단보도 신호등 표시를 보면 시간이 나오는 게 있고 깜빡깜빡하는 게 있지.
어떤 것은 한참 있다가 빨간 불로 바뀌고, 또 어떤 것은 깜빡깜빡하다가 바로 빨간불로 바뀌지.
뭐가 맞는지 헷갈려. 통일하면 좋겠어.
류충근=신호대기 때 멈췄다가 파란불이 되기도 전에 슬금슬금 움직이는 차들이 있어.
아찔해.
황창수=지하철 무료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것은 괜찮아.
유료화에는 반대야.
지하철 돈 받으면 노인들 발 묶는 거야.
노인들이 여기저기 다니면 건강해져.
의료비 줄어드니까 국가에도 도움이 돼.
권흥순=노인들 지하철 유료는 나도 반대야. 노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니 늙어봤나. 나는 젊어도 봤다.
-노인 일자리·사회참여에 대한 생각은
황창수=2년간 식약청 실버 불량식품 감시요원으로 활동했어.
잘 몰라서 복지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많더라고.
부정수급자 적발도 중요하지만, 혜택을 꼭 받아야 할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복지사들 일손이 부족하니까 이 일을 노인들에게 맡긴다면 일자리 창출이지.
류충근=한국노후생애설계전문가협회를 월회비 1만 5천 원을 받고 운영하고 있어.
회원 수가 120명에 달해.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 지정을 받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행정기관에서 전례가 없다고 하네.
노인들이 스스로 책임 다하면서 봉사하려는 취지를 몰라줘서 섭섭해.
이수귀=노인들은 많은 돈을 원하지 않아요.
지역사회 참여·봉사를 통해 아직도 사회에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죠.
정달식·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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