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반짝반짝 문화현장]카페 나다, 보기 드문 문화공간이 되다

금산금산 2016. 7. 16. 20:28

카페 '나다', 보기 드문 문화공간이 되다





차 한잔과 함께 떠나는 古음악(그리스 로마~바로크시대 음악)·인문학 산책







지난 2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카페 나다에서 열린 열일곱 번째 나다 인문음악회에서 참가자들이 고음악 평론가 박창호 씨의 음악해설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




cafe NADA- '나다'는 산스크리트어로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 자연스레 영감을 불어넣어

그들을 노래하고 춤추게 하는 소리의 떨림"을 뜻하는 말.



- 아내 신은정씨가 기획하고
- 남편 박창호씨가 해설하며
- 17개월을 이어온 '인문음악회'

- 부산에서 생소한 古음악으로
-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나누며
- 지역 예술애호가들에 인기
- 동호회 연주회·북콘서트 등
- 광안리의 '문화놀이터' 역할도


그날 '카페 나다'에 가기로 한 건 '열일곱 번째'라는 횟수가 눈에 딱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다 인문음악회가 어느새 열일곱 번째가 됐단 말이지…. 17개월이 넘었잖아. 뭔가 재미있는 일이

꾸준히 벌어진다는 얘긴데."

그러다 카페 나다의 페이스북(facebook.com/nadagazoa)에 오른 이번 인문음악회 안내글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란 제목을 보게 됐다.

"이건 나도 아는 곡인데…."



인문적 바탕을 깔고 진행하는 음악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해설을 들을 수 있다면야 이건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데….

이런 생각이 들 즈음 안내글의 뒷부분에서 "2부에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 님을 초청해 직접 연주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는 설명과 맞닥뜨렸다.

"고충진? 무대를 안 가리고 열심히 연주 활동 하면서 남녀노소 관객을 만나는

부산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

한동안 그의 연주 음반 '바람이 가르쳐 준 노래' CD를 틀어놓고 고충진 기타 버전 '태극기 휘날리며'부터 들으며 잠을 청하곤 했다.

결론이 났다.

"가자! 열일곱 번째 나다 인문음악회."





■ 바흐를 듣고 의미를 곱씹고

   
나다 인문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 씨.

카페 나다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진로아파트 101동 맞은 편

유명한 음식점 방파제횟집 지하 1층에 있다.

신은정 씨는 부산 영도에서 뛰어 놀며 자랐고 서울에서 출판일을 했는데 그가 카페 나다의 기획실장이다.

고(古)음악 평론가 박창호 씨는 서울고를 나와 서강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 파리제10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프랑스에서 15년 살았고 '클래식의 원시림, 고음악'(현암사) '세계의 민속음악'(현암사)라는 저서를 낸 그는 음악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라면

 끝도 없이 이어가는 공력을 지녔는데, 자기를 소개할 때면

언제나 '카페 나다 종업원'이라는 말부터 먼저 한다.

부부인 두 사람이 2014년 10월 카페 나다를 열고, 독특한 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7시30분. 달마다 첫째 수요일에 여는 나다

인문음악회 열일곱 번째 마당이 시작했다.

"바로크 모음곡, 그러니까 바로크 조곡(組曲)을

한 번 짚어보고 느껴볼까요?"

이날 음악회 주제는 '바로크 모음곡의 매혹 속으로'였다.

 '카페 나다 종업원'이자 철학자 박창호는 어느새 고음악 평론가이자 해설자로 우화등선(羽化登仙)했다.

분위기가 절정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자 그가 말했다.

 "오늘 여러분께서는 이 곡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야사 하이페츠(1901~1987)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BWV1004)'라고 했다.

13분짜리 연주 동영상이 나왔다.

동영상 나름의 장단점이 있었겠지만, 야사 하이페츠가 연주하는 13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연주 시작 직전 박창호 해설자가 미리 해설했다.

"독일의 한 음악평론가는 이 곡을 물질에 대한 인간정신의 위대한 승리를 표상하는 작품이라고 했지요. 나는 이 이상 훌륭하게 표현한 평가가 없다고 봅니다."


연주가 끝나자 그가 덧붙였다.

"바흐가 (역량을) 이 악장에 다 쏟아부었다고 봅니다.

최고봉에 있는 음악이죠. 많은 모음곡이 있지만, 가장 위대한 악장이라 할 수 있지요."

솔직히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들으면서 이런 생각은 했다.


"오늘 여기 와서 야사 하이페츠의 이 멋진 연주를 보고 들은 것으로 더 바랄 게 없구나. 이 연주는 정말 절정이구나."

거기에다 또 한가지 배운 게 있다.

음반이나 동영상과 또 다르게 현장연주가 주는 매력과 좋은 기운이 선명하다는 것이었다.

2부에 무대에 직접 오른 고충진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그걸 증명했다.




■ 음악 흐르는 지역 문화 공간

   

지난 7일 다시 카페 나다를 찾아갔다.

좀 차분한 분위기에서 취재를 보충해야 했다.

평일의 카페 나다는 들떴던 음악회 때와 달리 차분했다.

박창호 평론가는 "고음악은 서양음악에서 그리스 로마시대 음악부터 바흐가 서거한 1750년을 종점으로 하는 바로크음악까지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고음악은 전체 서양 고전음악(클래식음악)의 뿌리가 되죠.

예술이나 학문에서 어떤 영역을 깊이 알고자 하면 그 뿌리를 알아야 합니다. 뿌리를 알고 모름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바로 이 점이다.

카페 나다가 부산에서 작지만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다져가는

바탕에는 고음악의 힘 또는 고음악이라는 개성이 있다.

카페 나다는 '카페'여서 평소에는 편한 음악, 다양한 노래를 들으며 휴식, 맥주, 커피를 즐기는 장소다.

그러다 인문음악회 같은 음악 관련 기획이 진행될 때는

고음악이 들어와서 바탕에 깔린다.

그 바탕 위에 클래식음악과 세계민속음악을 올린다.

이를 반기는 분위기가 꽤 있다.

지난 2일 열일곱 번째 인문음악회를 찾아온 손님은 다양했다.

이날 오랜 세월 부산 음악의 현장을 지킨 곽근수 음악평론가부터 김국 서양화가,

전 방송인 이백기 씨, 해운대포럼의 이성규 회장과 최정욱 부회장 오영이 편집국장,

시네바움 배정선 대표 등을 만났다.

예술애호가인 이들은 카페 나다가 갖춘 고음악 자산을 알고 이를 뜻깊게 여긴다.

특히 곽근수 음악평론가는 "클래식음악의 뿌리와 바탕을 이루는 바로크음악 등 고음악의 중요성을 나는 오래도록 강조해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 분야는 좀 더 관심을 받는데 부산은 저변이 넓지 못한 편"이라며

카페 나다의 활동을 반겼다.

그런데 카페 나다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이 또 있다.

고전음악이나 고음악이라는 이미지에만 갇히지 않고, 잘 쉬고 잘 놀고 가는 광안리의 문화공간으로 가는 길이다. 신은정 기획실장은 "취미가 작사·작곡인 탁구강사가 있었는데 수강생들이 그분을 위해 여기서 음악회를 열었다. 색소폰 동호회도 연주회를 했고 북콘서트, 미술 전시, 락 음반 발매 기념행사, 특별한 가족행사도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분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놀이터처럼 활용하면 바람이죠."

고음악과 문화놀이터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카페 나다가 특별한 문화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조봉권 기자 bgj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