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길 만든다고 하천 줄였더니 물난리
김해시, 210억 들여 대청천 공사…완공 2년 만에 수해로 또 복구
- 둔치에 산책로 등 무리한 조성
- 하천 폭 50→20m 줄어든 탓
- 복원 과정서 2차 생태계 피해
경남 김해시 장유신도시를 가로지르는 대청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꾸면서 섣부른 구조물이 많이 설치돼 폭우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 생긴 구조물들이 물 흐름을 방해하면서 잦은 보강 공사로 예상 낭비가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남 김해시가 대청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하천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설계 및 시공을 진행, 하천 부지 내에 무리하게 산책길과 자전거도로를 조성한 모습. 특히 제방 위에도 기존 산책길이 있어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박동필 기자 |
김해시는 총사업비 210억 원을 투입해 2011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대청천 생태하천 조성 사업을 했다.
시는 하천 양쪽 고수부지에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 등 구조물을 설치해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도록 했다.
문제는 수해에 취약한 하천 여건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채 설계 및 시공했다는 것이다.
이 하천은 상류에 장유 계곡의 물이 유입돼 우수기 때 급류가 집중될 수 있는 여건인데도 하천 부지 내에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를 무리하게 설치했다.
특히 공사로 인해 하천 폭이 크게 줄었다. 애초 대청천 폭은 40~50m였는데 생태하천 공사로 강에 자전거 도로 등이 들어서면서 실제 물이 흐르는 하천 폭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여 m로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내습 때는 산책로와 자전거길 등 하천 내 구조물 20~30곳이 부서졌다.
시는 완공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수해 피해를 입는 바람에 최근 43억 원을 들여 복구 공사에 착수,
오는 11월 중순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해 원인으로 지적된 하천 내 산책로 등 구조물을 제거해 물 흐름이 좋아지도록 하지 않은 채 파손된 부분만 임시방편으로 보수해 향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공사 과정에서도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공업체가 중장비를 동원해 자갈이 깔린 바닥을 긁는 바람에 흙탕물이 생겨 피라미, 돌고기 등 수많은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장비 공사로 인해 소음도 발생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을 자주 산책하는 김수연(여·43) 씨는 "하천 제방 위에도 산책로가 버젓이 있는데도 시가 하천 내에 추가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만들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반면 장유지역 친환경 하천인 율하천은 지난해 태풍 때 큰 피해가 없었다.
하천 밖 제방 위에 산책로만 만들고 하천 내에 인공구조물이 없기 때문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주민 요구에 따라 하천 내에 산책로 등을 설치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피해가 났다"며 "지금 시행하고 있는 수해복구 공사는 향후 큰 비에도 문제없도록 항구 복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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