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운대역] 일대 '공원화' 물 건너가나
철도시설공단 내달 개발설명회…정거장 부지 민간사업자 공모
- 역사는 보존하지만 상징성 퇴색
- 부산시·구청 안일한 대처 지적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 뒤편 정거장 터를 상업 개발하려 해 논란이 거세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로 폐선된 땅과 시설을 공원화해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던 서병수 시장의 약속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공원화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공단은 오는 10월 23일까지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2만5391㎡ 개발을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다음 달 1일에는 대전 본사에서 사업 설명회를 연다.
옛 해운대역 정거장은 부산도시철도 해운대역·해운대해수욕장과 가까워 민간에서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토지 임대부 개발을 하면 상업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개발 행위가 옛 해운대역사의 역사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개발이 예정된 땅은 옛 해운대역사를 둘러싸고 있다.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옛 해운대역사가 섬처럼 갇힐 수 있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전체를 공원화하겠다는 부산시 입장과도 배치된다.
현재 해운대역사 뒤편 철길에는 ‘그린레일웨이파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옛 해운대역사 주위가 개발되면 그린레일웨이파크 사업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옛 동해남부선 철길을 중심으로 한 ‘부산 역사(歷史)’의 축이 무너지게 된다”며 “철도공단이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지 모르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부산이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
최근 옛 해운대역사 맞은편에 개장한 ‘구남로 광장’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선 “철도공단은 이미 지난해 10월에도 정거장 터를 민간개발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부산시가 공원화를 천명해놓고도 제대로 된 의지를 보여주지 않자 철도공단이 슬그머니 민간개발에 나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운대구의회 유점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기관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공재적 성격의 자산이 개발업자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도 해운대는 고층 건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80년 역사를 가진 공공의 장소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담당자는 “그린레일웨이파크 사업이 차질을 받지 않도록 철도공단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철도공단 측은 “그린레일웨이파크 사업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공모 조항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동해남부선 개발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레일은 옛 해운대역사를 허물고 호텔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대해 부딪혀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김준용 기자 jykim@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중섭 [피란시절 판잣집], 원도심 갤러리 변신 (0) | 2017.08.05 |
---|---|
“[암남 해녀촌] 철거 여부, 로스쿨 법정서 가리자” (0) | 2017.08.01 |
'청사포·이기대' [민간개발] 일단 반려 (0) | 2017.07.11 |
도시개발로 쫓겨난 설움 '고향동산'으로 달랜다 (0) | 2017.06.28 |
이번 추석부터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공짜'...새벽시간 할인도 검토 (0) | 201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