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20>
원앙대의 '용녀'와 '미랑'스님
너럭바위에 새겨진 용녀의 붉은 탯줄
용왕의 공주 용녀의 애절한 사연이 지금도 남아 있는 원앙대 전경. 이곳 바위에는 侍郞臺(시랑대)라고 음각돼 있다. |
- 장소: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 용궁사 대웅전의 절경 원앙대
- 용녀·미랑스님 사랑 맺어 이곳서 몰래 아이 낳으려다
- 화난 용왕이 일으킨 파도에 탯줄·가위자국 바위에 새겨져
- 장사에게 먹이 빼앗긴 독룡
- 그의 아내·아이 삼킨 전설도
- 지금도 용녀·처녀 울음소리가
송정에서 용궁사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용궁사 대웅전 남쪽 바위해안에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절경인
원앙대가 있다.
기장 현감으로 있던 권적이 이곳에 놀러와서 절경에 감탄한 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원앙대의 북쪽이 미랑대(尾郞臺)로 불린다는 말을 듣고
이곳을 자신의 벼슬 이름 시랑을 붙여 시랑대(侍郞臺)라고도 명명했다.
옛날 어느 여름, 가뭄이 몹시 심해 공수마을 사람들이 미랑 스님을
모셔와 바닷가 넓은 바위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를 지낸 뒤 스님은 저녁 한가한 때 시랑대 위에 앉아
달빛에 어린 바다 풍광을 완상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시랑대 밑의 동굴을 통해 용궁의 용녀가 나와
역시 바다 달빛을 감상하다 그만 눈이 맞아 사랑을 맺게 되었다.
이후 용녀는 아기를 배었고, 용왕의 눈을 피해 원앙대에서
해산할 준비를 하였다.
배내옷을 만들어 상자 안에 넣어놓고 탯줄을 끊을 가위를 곁에 둔 채
진통으로 신음하면서 아무도 못 보게 하였다.
미랑 스님은 용녀의 분부로 원앙대 병풍암 뒤에 숨어 용녀의
신음소리에 어쩔 줄을 몰랐다.
한편 동해 용왕은 용녀 공주가 인간과 불륜을 범해 원앙대에서
출산의 산고를 겪고 있다는 급한 전갈을 받았다.
진노한 용왕은 산더미 같은 노도를 일으켰다.
용녀는 막 순산하여 그 탯줄을 끊지도 못한 채 성난 파도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처절한 광경을 하늘에서 보고 있던 옥황상제가 불쌍하게 여겨
재빨리 천마를 내려보내 용녀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왔다.
거기서 용녀는 옥황상제의 배려로 천상의 옥녀가 되었다.
지금도 그 너럭바위에는 용녀의 탯줄이 붉은 줄로 길게 뚜렷이 박혀 남아 있고, 탯줄을 끊은 가위는 그대로 돌바닥에 새겨져 있다.
가마솥을 걸었던 바위도 둥글게 남아 있다.
배내옷을 넣어둔 상자의 자리에는 바위 위에 깊고 뚜렷이
그 자국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미랑 스님이
용녀를 구출하려고 뛰어내렸던 곳에는 짚신자국이 깊게 남아 있다.
후세 사람들이 이 용녀를 위해 기우제를 지냈던 바위에
해룡단을 세웠다고 전해온다.
원앙대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젊은 장사가 원앙대 동굴에 살면서 잡은 고기가 모자라면
용굴에 들어가서 독룡이 잡아놓은 큰 고기를 빼앗아 먹었다.
어느 날 장사는 미역을 따고 있는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의 자태에 매혹돼 동굴로 납치한 후
용굴에서 훔쳐온 산호와 칠보를 선사하고 극진히 대접했다.
이후 처녀는 아기를 배어 출산하기에 이르렀다.
장사는 처녀 어머니를 모시러 마을로 내려갔다.
장사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독룡은 해산 후
탯줄도 끊기 전에 그 처녀와 갓 낳은 아기를 한입에 삼켜 버렸다.
장사와 처녀의 어머니가 왔을 땐 이미 늦어 처절한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분노한 장사는 용굴에 들어가 숨어있는 독룡을 잡아 죽였지만, 장사 또한 큰 상처를 입고 죽었다.
원앙대에는 당시 바다 밑에 잠겨버린 동굴이 그대로 있고, 이 동굴의 길이는 무려 10리(약 4㎞)가 된다고 한다.
지금도 원앙대의 동굴에 파도가 치면 애절한 용녀와 처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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