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울산 남목마성 호랑이 물리친 '마당의 노래'

금산금산 2014. 6. 11. 20:56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울산 남목마성 호랑이 물리친 '마당의 노래'

 

'병마' 길러 군수산업 큰 몫… 지금은 '조선'으로 이어져

 

 

▲ 울산 동구 마골산을 지나 봉대산 허리춤에 오르면 남목마성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청마의 해'를 맞아 등산객과 주민들이 마성 주위로 소원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권승혁 기자

 

 

"울산목장에는 말을 유난히 좋아하는 소년 이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남목관아의 [말단 관리]였다.

완은 마당굿을 할 때도 번번이 나타났다.

마당은 말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완은 말의 탈까지 만들어서 쓰고 다니길 즐겼고, 어머니는 이런 어린 아들이 늘 걱정이었다.

어느날 말의 탈을 쓴 완은 마당을 향해 발길을 돌린 참이었다.

남목관아 말단 관리 아들
노래 불러 호랑이 물리쳐
주민들 소원 비는 명소로
다양한
관광자원화 추진


"어흥~!"

발걸음을 멈칫하게 하는 소리, 호랑이의 포효였다.

덩치가 산만 한 호랑이 한 마리가 목장의 성벽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두려움을 떨치려고 완은 굿판을 보며 배운 노래를 더욱 크게 불렀다.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한 호랑이의 눈길이었지만 완은 피하지 않았다.

"어흥~" 호랑이는 완의
머리 쪽을 덥석 물었다.

호랑이가 문 것은 말의 탈이었다.

완은 쓰개치마처럼 뒤집어썼던 말의 탈을 훌러덩 벗었다.

탈 끝에 길게 늘어뜨린 천을 호랑이의 얼굴에 뒤집어씌웠다.

호랑이의 소리를 듣고 관리인들이 달려왔고 호랑이는 말의 탈을 문 채 산 속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울산 동구청 발간 '바다로 이어진 길 염포산을 걷다'내용 중.


[울산 동구 남목동]에는 조선시대 목장남목마성(울산시기념물 제18호)이 남아있다.

수초가 풍부하고 천혜의 입지를 갖춘 덕에 조선시대 병마를 기르던 곳이었다.

목장 둘레를 마치 성처럼 쌓아뒀다해서 남목마성이라 불렀다.

당시 감목관이 경북 영일 장기 돌배곶 목장도 함께 관할했는데, 장기목장을 북목(北牧), 울산목장을 남목(南牧)이라 한데서 남목동의 지명이 됐다. 감목관이 기거하던 관아 자리에는 현재 남목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남목마성의 흔적은 봉대산 등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성을 쌓는 데 사용했던 크고 작은 바윗돌은 수백 년 세월속에 상당부분 흩어졌다.

지금은 기다랗게 이어진 야트막한 돌담 형태로 옛 국영목장 자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남목마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소년 완이가 말에게 제를 지내던 마당을 자주 찾은 것처럼 동구 주민들과 등산객들도

마성 주변에 가족의 무사안녕 등을 바라며 소원돌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지난 26일 남목마성에서 만난 동구 주민 김인자(52·여)씨는 "봉대산 등산길을 찾을 때마다 간혹 마성 위에 소원돌을 얹고 남편
건강이나 딸의 대학입시 합격 등을 기원하곤 했다""오늘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소원돌을 하나 더 얹고 왔다"고 말했다.

울산 향토학자들은 남목마성에 대해 동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석을 만든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장세동 전 울산동구향토문화연구소장은 "병마를 키우는 목장은 중요한 국가 군수산업이었다.
울산 동구 자체가 남목마성부터 지금의 조선산업에 이르기까지 국가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도 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해 남목마성에 얽힌 다양한 설화를 바탕으로

관광자원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동구는 남목3동 일대에 남목마성이 있었던 점에 착안해 '우리말 길'
이름 짓고

마을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울산발전연구원 황진호 박사는 "울산의 경우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남목마성의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말 산업을 농어촌 신소득원, 관광·레저산업 성장동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언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

 

울산 동구 마골산 옥류천 이야기길 입구에는 남목마성을 상징하는 실물크기의 말 5마리가 철 구조물로 10여m에 걸쳐 조성돼 있다.

 

권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