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연산동 고분군 베일을 벗기다] 6. 고분군 '정비' '복원'의 방향

금산금산 2014. 8. 16. 10:20

[연산동 고분군 베일을 벗기다] 6.

'고분군 정비' '복원'의 방향

 

 

 

고분 활용해 삼국시대 축제 원형도 복원하자

 

 

 

 

'만장 펄럭이는/그 행렬 어디쯤에 섞여/나도 산을 오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 그립고 궁금한/고분의 내력이 소나무에 기댄 내 손을 잡아/세상에 그대를 고하노니/

기다려라/머리위 붉은 가르마/띠잔디 다시 입혀 단장하는 날/토기 잔에 술 한잔 올려/

그 영화를 노래하리니.'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정남순 시인의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호-연산동 고분군'이라는 시다.

말없이 누워 있는 무덤의 주인들이 역사를 속삭여 주는 곳, 연산동 고분군을 시인은 가서 보고,

그 감회를 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시인은 시 말미에

'띠잔디 다시 입혀 단장하는 날 토기 잔에 술 한잔 올려 그 영화를 노래하겠다'썼다.

연산동 고분군의 정비 복원이나 사적지 지정을 염두에 둔 표현 같아 더 눈길이 간다.

 


복원 후 체험학습 프로그램 개발해야
연제구, 봉분 1기 개방해 전시관 추진
부산시, 6월께 사적 지정 신청서 제출

지금 연산동 고분군은 부산박물관의 발굴 조사(1~3차)를 끝내고 다시 복토돼 잔디를 입고 곱게 단장돼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얘기한다.

연산동 고분군의 국가 사적지 지정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는 아니지만,

조상이 남긴 유산을 제대로 알고 보존하는 데 분명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정비 복원의 방향

[연산동 고분군 대형분] 중에는 봉분 훼손이 심해 조성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는 무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부산박물관의 시굴 조사를 통해 당시의 무덤 규모에 대한 실태 파악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무덤 조성 당시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해

시민들에게 연산동 고분군의 중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현재 연산동 고분군은 2009년 [연제구청]의 '연산동 고분군 유적정비 및 공원화사업 종합계획'에 따라

 정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제구청은 지난해 6월 봉분 복원 및 산책로 조성 공사를 발주, 지난해 말 봉분 복원을 완료했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배수로 설치 등 주변 정비 사업.

이를 위한 설계 변경으로 현재 정비 복원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오는 3월부터 다시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옛 모습 그대로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옛 모습을 100% 복원하기는 어렵겠지만, 발굴 조사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복원해 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천동 고분군의 복원은 참고할 만하다.

복천동 고분군은 연차적인 발굴조사로 고분군의 규모와 매장주체시설의 구조와 변천,

출토 유물의 성격 등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지고, 보호구역에 대한 지속적인 토지 매입과 정비가 이루어졌다. 1996년에는 복천동 고분군을 보호 관리하고, 그 성과를 연구·전시하는 복천박물관이 개관했다.

이처럼 복천동 고분군이 단계적으로 정비와 공원화가 이루어진 것에 비해

연산동 고분군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뿐, 이 후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함안, 창녕, 고령 등지의 대형 고총고분들의 사적지 지정과 그 후속 조치들에 대해서도 참고할 만하다.

 사적으로 지정돼 고분군 정비 복원과 함께 박물관을 개관,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복원 후 활용방안



정비 복원 후 활용방안은 굳이 연산동 고분군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교육적, 관광적 활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연산동 고분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 유관기관이나 시민단체와 공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보면 연구기관에서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템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렇다 보니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일반인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부산박물관 홍보식 문화재조사팀장은

"유적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교육청, 비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특히 교육청과 연계해 학생과 같이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문화행사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지적했다.

이를테면, 삼국시대 축제의 모습, 제사의 형태 등 연산동 고분군의 특징적인 부분을 가져와

이를 만들어 가는 작업도 필요하다.

연산동 고분군을 알 수 있는 체험 학습, 연산동 고분군을 소개하는 전시관 형태도

 장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문화유적이라고 해서 역사와 관련된 것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음악회나 사진전시회, 꽃 전시 등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연산동 고분군은 복원 후 인근 배산성지, 동래고읍성 등의 유적지와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분군을 뒤로 하고 있는 산이 배산이다. 부산박물관 제공

 

연산동 고분군과 인근 유적지를 연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고분군 인근 배산성지와 동래고읍성을 연계해 부산 역사문화 탐방코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연제구청에서는 정비 복원 후 연산동 고분군에 대한 몇 가지 활용방안을 세워 두고 있다.

우선 고분군 인근 부지를 더 매입해 유물전시관을 건립하고, 대형 봉분 1기를

관람을 위한 전시관으로 개방해 관광 유적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분군에 인접한 배산성지 복원에 대한 용역을 실시해 배산성지 중장기 복원정비계획을 수립,

 역사 체험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연제구 조귀례 문화공보과장은

 "국가 사적지 지정 이후에는 문화재 전문가(학예연구사)의 채용과

문화해설사 등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문화체험프로그램을 개발,

교육의 장으로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고 말했다.


■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한 준비

연제구청은 부산박물관으로부터 연산동 고분군 발굴조사 보고서가 제출되면

보고서 검토 및 추가 자료 수집 등을 통해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6월께 부산시에 국가문화재(사적)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해서는 갈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고분군은 접근성을 위해 조망권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연산동 고분군의 경우

주변 산림이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관을 막고 있는 오리나무나 아카시아 나무 등의

제거가 필요하다는 게 연제구청이나 문화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고분군 주변 일대의 조망권 확보 문제는 '환경 및 자연보호''문화유적 홍보 효과'라는

두 입장을 놓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남겨 놓고 있다.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해서는 고분군 주변 사유지도 매입되어야 한다.

 연제구청은 고분군 보호구역 내의 잔여 사유지(1만 4천412㎡) 매입을 위해

매년 예산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매입할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또,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면 전시관 건립 등을 위한 국비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주변 유적지와 연계 복합적인 탐방코스로


 

정달식 기자

 

 

 

 [연산동 고분군]은 문화유산 보호와 더불어 인근 배산성지나 동래고읍성과 연계한 역사 교육의 장이나

역사 관광지로 자원화하는 방안의 모색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연산동 고분군 남쪽 지점에 있는 배산성지는 성벽의 길이가 1.17㎞, 성안 면적은 4만 1천823㎡로

통일신라시대 산성으로는 규모도 크고 성벽의 잔존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 내부에는 물을 저장해 식수를 해결할 수 있게 한 집수지(集水池)건물가 확인되었다.

이에 성벽, 집수지, 건물지 등 성 내부 시설의 정확한 구조와 규모 확인을 위한

발굴조사를 해 성벽 복원 및 성 내부의 건물을 복원할 수도 있다.

또 [배산성] 남쪽에는 배산성지와 같은 시기의 동래고읍성지가 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부산 역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유적이 남북으로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연계해 국가 사적으로 지정받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면, 유적의 정비복원 예산은 물론 부지매입비의 절반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연산동 고분군 및 배산성지, 동래고읍성을 복원·정비해

시민들에게 휴식처와 건강 증진을 위한 장소로 제공할 필요도 있다.

현재도 배산성지와 연산동 고분군이 있는 배산 일대는 시민들의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는데,

3곳의 유적을 연계하면 등산과 부산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복합적인 역사탐방 등산코스가 되는 셈이다.

 

정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