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발견

부산 금정산성 '4대문' 이름 짓는다

금산금산 2017. 1. 3. 20:43

부산 금정산성 '4대문' 이름 짓는다



현재 동·서·남·북문으로 불려…금정구·문화재청·부산시 협의






- 역사적 맥락 반영 명칭 짓기로

국내 최장 산성(18.84㎞)인 금정산성 4대문이 314년 만에 이름을 얻는다.

부산 금정구는 올해 5월까지 1703년 조선 시대 숙종 때 세워진

금정산성 4대문루(누각)에 편액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일과 22일 두 차례 문화재청·부산시 문화재위원 12명으로 구성된 '편액설치 자문회'도 열었다.

금정구는 이달 중순 3차 회의를 열어 4대문 명칭 후보를 정하고 여론 수렴에 나선다.

자문회에 따르면 금정산성은 1592년 임진왜란과 1636년 병자호란을 계기로

다음 전쟁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유비무환'의 의미가 강하다.

자문회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명칭을 부여하고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금정산성 4대문에는 간판이나 특별한 이름이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의 누각은

좌익문(동문) 우익문(서문) 지화문(남문) 전승문(북문)으로 불린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북한산성에도 누각 이름이 남아있다.



금정산성이 이름을 갖지 못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산속 깊이 위치해 편액을 걸지 않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1740년 동래부사 박사창이 편찬한 동래부의 지리지인 '동래부지'나

1872년 때 제작된 '금정산성진지도'에도 4대문 명칭이나 편액과 관련된 기록이 없다.

이렇다 보니 지금 동서남북문으로 불리고 있는데 '굳이 이름을 지어야 하냐'는 반대 의견도 있다.

이곳에 자주 오르는 남모(32) 씨는 "이름 없어도 문 구실을 잘하고 있는데 왜 꼭 돈을 들여가면서 이름을 짓고 간판을 달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편액 설치비용은 1200만 원이다.



반면 대학생 정모(24) 씨는 "평소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좋아해 집과 가까운 산성에 자주 오른다. 그런데 보통 옛 건물 입구에는 이름이 있는데 이곳에는 아무런 이름이 없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세 번 금정산성을 등산하기 위해 찾는다는 김모(53) 씨도 "산성에 난 등산로를 따라 등산하다 보면 누각은 있는데 아무런 글귀가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